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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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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반도체 동맹’ 강화된다…공급망 구축 협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6 12:49

4년만에 핵심 소재 수출규제 철회…소재 공급망 불확실성 해제
일본 소부장 기업 국내 투자 러시…국내 소부장 경쟁력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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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한국과 일본 간 반도체 동맹이 공고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일본이 우리나라에 제기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양국 기업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 공급망이 강화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에는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 경쟁력이 꺾일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경기 용인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한일 간 공급망 협력을 구체화하고 항공편을 늘리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신산업·공동투자·공급망 등 분야의 협력을 적극 추진·지원하겠다"며 "용인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관계부처 협의체를 가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업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은 우리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뛰어난 제조 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이 연계되어 안정적인 공급망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에 조성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간 반도체 협력 논의가 다시 시작된 계기는 지난 3년 8개월간 이어진 수출 규제 관련 갈등이 봉합된 결과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인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에 관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우리 정부는 수출 규제에 대응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가 수출 규제와 관련한 문제를 일단락 지으면서 업계는 긍정적 효과로 먼저 핵심 소재 공급망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꼽는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국내 소재 업계가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수입 우회로를 구축하면서 3개 소재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대폭 줄어든 상황이지만 소재 조달을 위한 공급망이 안정화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일본 소재에 대한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가 이뤄지며 대일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본 비중은 70%에 달하는 데다 규제가 풀리면 수입에 필요한 절차가 대폭 간소화되기 때문에 이점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거나 우리 기업과 연구·개발(R&D) 협력을 확대하는 등 협력도 예상된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 흐름과 별도로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세계 4개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은 2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에 R&D센터를 증축하고 있으며 도쿄오카공업(TOK)과 스미모토화학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를 대량 공급하는 일본 기업 JSR도 국내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는 긴장하고 있다. 규제가 사라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일본산 소재 비중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어렵게 이뤄낸 국산화가 정체될 우려도 있다. 국내 소재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재가 원활히 수입되기 시작하면 국산화 필요성이 감소할 여지가 커진다"며 "여전히 일본 소재 기술력이 국내 기업보다 높은 만큼 우리 기업이 도태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국내 소부장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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