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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원대 돌파’ 요동치는 환율···산업계 ‘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9 15:45

美 ‘매파 파월’ 강달러 국면

무역수지 적자 ‘달러 유출’도 부담



항공·정유·철강 등 타격 우려

"경영 불확실성 높이는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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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달러-원 환율이 다시 요동치면서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양상이다.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거나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항공·정유·철강 등 업종은 특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산업계와 외환 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0전 상승한 1322원 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달러값이 22.0원 급등하기도 했다.

1달러의 가치는 작년 9월 1445원을 찍고 꾸준히 하락해왔다.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다소 누그러지며 지난달 2일에는 1227원까지 내려왔다. 고점 대비 하락률이 15.1%에 달한다. 다만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한달여만에 100원 가까이 올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달 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단기적인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빅스텝’을 밟을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는 1.75% 포인트까지 벌어진다. 2000년 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만에 최대 역전폭이다. 그럴 경우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기고,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그만큼 더 많아져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데다 특정 이벤트에 따른 상승·하락폭이 너무 크다는 점이 애로 사항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요 연구기관이 올해 달러약세 국면을 전망했던 터라 당혹스러워하는 업종도 상당수다.

대표적인 게 항공 업계다. 항공사들은 비행기 리스료, 항공유 등을 달러로 지급한다. 원화가 약세가 되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환율이 평균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움직이면 장부상 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손해액도 284억원 수준이다.

정유사들도 해외에서 원유를 사올 때 달러로 대금을 지불해 최근 상황이 반갑지 않다. 항공·정유사들은 원유 가격의 움직임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철광석 등을 수입해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철강 업계도 환율 불확실성 확대에 고민이 많다. 완제품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데 원재료 수입 가격은 시시각각 올라가는 구조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혜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업종도 마냥 웃을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산시설 대부분을 현지에 두고 있는 이차전지 업체 표정도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미국 투자 계획을 일부 연기하기도 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는 하지만 너무 심하게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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