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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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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적자·재고·美 보조금 조항까지 반도체 ‘삼중고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5 13:42

반도체 업황 나날이 악화일로

美中 갈등까지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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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삼중고 위기’에 처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수준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내려간 데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등 주요 고객이 반도체 주문을 미루면서 재고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쌓였다. 여기에 미국이 보조금을 미끼로 각종 까다로운 요구를 담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내놓으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D램 매출은 전분기와 비교해 32.5% 줄어든 122억8100만달러(1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구매가 줄면서 가격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4분기 서버용 DDR4와 DDR5 D램은 기업 간 계약가격 기준 전분기 대비 각각 최대 28%, 35%까지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했다. 바로 전분기 영업이익 5조1200억원에서 약 95%가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내며 적자를 봤다.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흐름이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올해 1월과 2월에만 최대 3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쌓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손실 폭이 올해 1분기에 3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요인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쌓인 재고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최대 20주로 정상 수준인 5주보다 4배 많은 수치다. 현재 반도체 업계 재고 규모는 평균보다 약 40일 치가 더 많은 수준으로 최근 10년만에 가장 많은 양이라는 게 스위스 투자은행 UBS 분석이다.

통계청 분석에서도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국내 반도체 재고율은 120.0%로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7월(124.3%) 이후 24년 6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출하는 25.8% 줄어든 반면 재고가 28.0% 증가하며 부진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을 미끼로 우리 기업에 중국 투자 중단을 포함한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22조1000억원)를 투입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세우고 있고 SK하이닉스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5년간 미국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총 390억달러(약 50조7000억원) 규모 보조금을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우리 기업 주요 생산 거점인 중국에 추가 투자가 막힌다는 점에서 사실상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업황이 더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드레일 조항까지 대두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단순 기업 문제라기보다 외교·안보 차원에서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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