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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민영화 속도전…풀어야 할 과제에 '골머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7 13:22

산업은행 HMM 컨설팅 생략… 매각 '속도전'



전 세계 해운시황 하락·영구채 문제에 '발목'

HMM

▲정부의 HMM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HMM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정부가 최대 국적선사 HMM의 매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다만 해운 시장의 불황과·영구채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HMM 매각을 위한 컨설팅을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로드맵에서 컨설팅 과정을 생략하면 실제 주식매매계약(SPA)을 한두 달 가량 앞당길 수 있다. 그간 HMM의 매각 시기를 놓고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이견도 존재했으나, 결국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의 정부 지분은 산업은행 20.69%·한국해양진흥공사 19.96%·신용보증기금 5.02% 등 총 45.67%에 달한다.

다만 해운 시황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해운 시장은 다운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해운 시장 수익성 척도로 활용되는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4일 기준 946.68로 집계됐다.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1000선을 3주 연속 하회한 것은 물론, 지난해 초 최고치인 5109.6에 비하면 5분이 1 토막 수준이다.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통한 수익성 방어에도 실적 하락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시에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금투업계도 HMM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를 낮춰잡았다. 대신증권은 HMM의 올해 영업이익이 1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8.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HMM의 영업이익 전망치 2조1000억원은 너무 높다"며 "올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구채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HMM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6회에 걸쳐 2조7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주권부사채(BW)를 발행,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이를 절반씩 나눠가지고 있다. 영구채 중 1조원은 올해 10월 만기가 돼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HMM은 올해 10월 조기 상환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양 기관은 그간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높음에도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며 전환청구권을 행사해왔다. 양 기관이 사들인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가액은 주당 5000원으로 현재 주가 2만200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향후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해당 영구채가 전액 주식으로 전환되면 양 기관의 지분율은 74%, 매각가는 1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업계는 해당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HMM을 인수할 국내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연구원은 "성공적인 지분 매각을 위해선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며 "영구채 해결 없이 원매자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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