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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중국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한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가 본격적인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키워온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까지 구축한 생산시설에 더해 보류했던 투자를 재개하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미국 포드와 손잡고 총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분 전량은 포드가 소유하는 대신 CATL은 생산에 대한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북미 진출을 공식화한 셈이다. 중국 시장 밖에서는 독일 등 유럽 진출에 집중해온 CATL이 북미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드를 등에 업은 CATL의 미국 진출은 중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뒤집힌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주고 배터리는 물론 양극재와 음극재 등 소재까지 북미에서 만들어진 제품에만 혜택을 주도록 규정했다. 향후 성장이 유망한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미국 내에 유치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미국이 중국산을 배제하고 자국 부품과 생산을 강제하는 IRA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기업(JV)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첫 합작공장인 오하이오주 공장은 지난해 가동에 돌입했고 테네시주와 미시간주에도 각각 2023년과 2024년 가동할 예정이다.
LG엔솔은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JV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통해 45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을 세우고 있다. 총투자는 4조8000억원으로 크라이슬러와 지프 등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가 출시할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일본 혼다와도 같은 방식으로 L-H배터리컴퍼니를 설립하고 44억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40GWh 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발 빠른 투자로 북미 지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북미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사용량 기준 일본 파나소닉이 48% 점유율로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18%로 2위를 차지했다. CATL은 14%로 3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북미 전기차 사용량이 431% 증가하며 4%에서 10%포인트가 올랐다. 테슬라에 공급한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량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CATL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조사에서도 지난해 기준 점유율 22.3%로 1위 LG에너지솔루션을 7.4%포인트 차로 뒤쫓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일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먼저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한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 건설이 다시 추진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연산 11GWh 규모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가 3개월 만인 6월에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투자비가 3000억원 이상 더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면 보류했다.
이에 더해 GM과 추진하는 미국 내 네 번째 공장도 부지 선정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지역으로는 애리조나주가 거론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에 따라 선제적인 미국 내 시설 투자가 필요해졌고 최근 CATL까지 북미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미국 시장 1위 LG에너지솔루션과 2위 CATL간 점유율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