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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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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횡재세는 기름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0 10:08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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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야당 대표의 뜬금 없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가스요금 폭등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을 위해 정유사가 내놓은 361억 원 성금도 횡재세 논란을 의식한 꼼수로 왜곡시키고 있다. 횡재세가 경제 정의에 부합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통합력을 높이는 ‘국민 복덩이 세금’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무지한 야당 의원도 있다.

횡재세에 대한 착각이 심각하다. ‘이 모(某)’를 ‘이모(姨母)’로 착각하고, ‘오스트리아’를 ‘호주’와 구별하지 못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원유’와 ‘석유제품’을 분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횡재세는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에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판매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결정되는 원유·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석유·가스기업에 부과하는 것이다. 횡재세는 정유사의 사주가 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법인세·유류세와 마찬가지로 기름값에 반영되어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기업용 전기요금이 제품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석유제품의 경우는 상황이 훨씬 더 나쁘다.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수출용 석유제품의 몫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떠안게 된다. 결국 야당 대표가 들고 나온 횡재세는 국민에게 ‘복덩이’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유사가 작년에 12조 원에 가까운 ‘횡재’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유사의 이익을 기술·자본 투자, 경영 혁신, 품질 경쟁력을 통한 특수이익의 실현으로 볼 수 없다는 철없는 야당 의원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 정유산업은 원유를 들여와서 포장만 바꿔 판매하는 유통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고도의 화학적 기술력이 요구되는 첨단기술 집약적 산업이고, 조(兆) 단위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거대한 장치산업이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진실이다.

석유제품에는 품질 경쟁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해도 정치권의 심각한 무지(無知)의 결과다. 우리의 석유제품은 동아시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초저유황 제품이다. 첨단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서 만들어놓은 탈황·고도화 설비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산 경유도 우리의 품질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정유사의 경영 혁신 능력도 함부로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중동에서 리터당 700원(배럴당 85달러)에 구입한 원유를 운송해와서 정제한 후 주유소에 리터당 810원에 공급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유사에 대한 정부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엄청난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비축해야 한다. 정부의 불합리하고 과도한 유류세 때문에 등장한 ‘가짜 기름’을 단속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정유사가 부담한다.

정유사가 석유제품의 가격을 올려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다는 주장도 철지난 궤변이다. 정유사가 작년에 수출한 석유제품은 570억3700만 달러(73조7400억 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주요 수출품목 2위를 차지했다. 작년의 원유 도입액 955억 달러의 60%를 석유제품의 수출로 회수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원유 수입에 쓴 외화는 고작 385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4억7000만 배럴에 이르렀던 석유제품의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나 됐다. 정유사의 ‘횡재’는 대부분 국제 경기가 살아나면서 늘어난 수출에서 얻은 것이다.

석유사업법 제18조의 ‘석유수입·판매부과금’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 수입·판매부과금은 석유제품(휘발유·경유)의 국제·국내 가격 차이에 의한 부당한 폭리를 회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부과금을 횡재세의 대안이라고 우기는 야당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자질은 몹시 실망스럽다. 기름값이 비싸다고 유류세를 인하해주면서 돌아서서는 기름 값에 반영될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다. 오히려 정부가 석유제품으로 매년 30조 원 이상의 횡재를 누리고 있다. 국민들이 반세기 동안 애써 이룩해 놓은 핵심 국가기간산업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무너뜨려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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