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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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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2 06:54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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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 겨울 급등한 난방비에 대한 불만의 불똥이 애 먼 국내 정유산업으로 옮겨 붙는 형국이다. 난방비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데도 작년 대외적 요인에 의한 호실적에 서민 가계 난방비 경감을 위한 재원을 부담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다. 물론 사회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권자에게 소구력이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산업이 처한 중장기적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산업의 체질 개선이나 구조조정이 더 시급한 용처가 아닐까 싶다. 특히 소매를 담당하는 주유소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공감하듯 가까운 장래에 내연기관차가 전기·수소차로 전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휘발유, 경유 등이 전기·수소로의 대체도 병행, 기존 주유소의 상당한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주유소 1개소당 평균적으로 30% 이상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도 사업을 지탱할 수 있는 임계수준임을 고려하면 주유소 사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2019년 1만1509개인 주유소의 74% 정도인 8529개가 향후 20년 이내에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2050년까지 주유소의 존속은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 주유소의 몰락을 그저 지켜만 봐야 할까? 그러기에는 알토란 같은 주유소 터, 특히 도심지 내 차량의 접근성이 우수한 목 좋은 부지가 너무도 아깝다. 어차피 차량을 대상으로 수송용 에너지 공급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해당 부지는 전기·수소차 충전소 용지로 전용될 수 있다. 더욱이 전기·수소차 충전소는 필요한 전기·수소를 외부가 아니라 부지 내에서도 일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가령 주유소를 수소충전소로 전용하고, 도시가스 배관망에 연결된 수소추출기와 천연가스를 공유 가능한 연료전지를 부지 내에 설치,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연료전지, 태양광발전, 수요반응 자원 등과 함께 분산형 전원으로 지역 내 통합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전력시장이나 지역 직거래 소비자에게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통합 설치된 주유소가 바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하면 국가 전력망 계통의 전력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수도권 및 대도시의 경우 주유소 부지 활용으로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분산에너지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 적극적인 구축 지원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작년 2월과 9월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금천구와 양천구에 300kW급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갖춘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이 개소하였다.

하지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규제 해소가 급선무다. 현행법상 주유소 부지 내 전기차 충전기 이격거리 규제 완화나 허용 가능한 시설물에 연료전지 등을 포함하는 등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수익성을 담보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슈퍼스테이션이 유류판매를 넘어 자체 발전한 전기판매가 수익원이지만, 현행법률상으로는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소된 2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법령 미비로 생산한 전기를 그저 한전에 공급, 상계처리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발의, 국회에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특별법을 통해 이 같은 제도적 한계를 일부나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2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에는 ‘분산에너지 특구’라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분산에너지사업자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전기차를 포함,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기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분산에너지의 사회적ㆍ경제적 편익을 인정,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일정 정도 정부로부터 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서 이들 법안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장기적 안목에서 전향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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