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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최대 20주, 약 5개월 수준에 달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반도체 업계가 과잉 재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가라앉은 탓이다. 기업들은 ‘반도체 겨울’을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공급 조절, 즉 감산에 나섰지만 근본적으로 수요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는 올해 하반기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최대 20주, 약 5개월 수준에 달했다. 이는 적정 재고 수준인 5주보다 4배 많은 수치다. 그만큼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현재 반도체 재고가 유례 없이 높다는 게 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평균 재고 규모보다 약 40일치가 넘는 수준으로 최근 10년만에 가장 많은 상태라고 스위스투자은행 UBS는 분석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재고 수준을 묻는 질의에 "전반적인 고객 재고는 지난 2019년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공급사 재고를 더하면 업계 전반에 쌓인 재고는 아마도 사상 최대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도 급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용 컴퓨터(PC)용 D램 범용제품 가격은 전월과 견줘 18.1% 하락한 1.81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재고가 과도한 상황에서 가격 하락세는 올해 1분기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높은 재고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각각 52조1879억원, 15조6330억원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28.18%, SK하이닉스는 74.67% 증가한 수치다.
재고를 낮추려면 출하량이 커지거나 공급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TV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출하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업계는 공급 조절을 통한 재고 조절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올해 설비 투자를 지난해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했고 일부 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능력 감소를 고려하면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생산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감산 조치에 나서진 않지만 생산설비 유지보수를 강화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재배치를 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생산량 감소가 발생하는 ‘자연 감산’을 시행할 계획이다.
업계는 공급조절 효과와 함께 올해 하반기 서버용 반도체 시장을 중심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새로운 D램 규격인 DDR5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량을 확대하며 하반기 수요 회복세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서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신 D램 규격을 지원하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완제품 시장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수요 증가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재고는 곧 반도체 가격결정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최근 업계가 공급 조절에 나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손익분기점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에 수요 환경이 개선되면 곧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