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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사진) 등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양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혹한기를 맞은 전자업계가 고부가가치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부품)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반도체 기판 등 성장성이 유망한 사업 분야로 투자를 집중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장 부문 자회사 하만은 지난해 매출 13조21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디지털 콕핏(자동차 운전석) 부문에 더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카오디오 등에서 수주가 이어지며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2017년 전장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9조3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앞세워 페라리 등 주요 완성차 업체 부품 수요를 공략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전장 사업(VC사업본부)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주력인 TV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흔들리는 가운데 수년간 적자를 감내하며 키워온 전장 사업이 실적 버팀목이 된 상황이다.
업계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가전제품 수요가 둔화되고 반도체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장 사업 비중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전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장 시장 규모는 내년 4000억달러(약 500조원)에서 2028년 7000억달러(약 9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부품 계열사들도 잘 되는 사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 패널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대형 LCD 생산을 종료하고 남아있는 중국 공장 물량도 올해부터 절반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반도체용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시장 선점에 나섰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에 따른 반도체 고사양 추세에 맞춰 고성능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기판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6월 인수한 경북 구미 4공장에 FC-BGA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양산 체제를 갖추고 하반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일찍이 부산과 세종 등에 생산 공장을 마련하고 지난해 11월 서버용 FC-BGA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전장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자 산업 업황이 크게 악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는 지속확대하는 추세"라며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