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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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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 ‘비정상의 정상화’ 광폭행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31 14:52

전세사기·은마아파트 대응 ·임대 하자·공공기관 개혁 등 추진



던져진 이슈마다 과감한 소신 발언…역동적 어록 및 민심 대처 세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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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이 지난 30일 국토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미분양 해결 및 해외순방, 건설노조, 코레일 안전문제에 대한 질의에 답변했다. 국토부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새해 벽두부터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이슈마다 과감한 발언을 내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해외건설 순방에선 "방탄조끼 입고 이라크, 잠 안자고 카타르 뛰어든다"거나, 임대아파트 하자관련 ‘그냥 사세요’ 조롱 낙서에 대해선 "그냥 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는 등 역동적인 어록을 지속 선보이는 중이다.

원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부동산 관련 민심이 요동칠 때마다 곧바로 진화작업에 나서는 등 예민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원 장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였던 8·16 대책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주민들의 공분을 샀고, 이에 "직을 걸고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앞당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1기 신도시가 총 30만 가구에 육박하는데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차치하고서다.

또한 부동산의 단계별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무주택자들이 "집값 하락 방어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시장은 정부가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정부의 비정상적 규제를 정상화하는 작업이다"고 일관된 답변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집값 40% 하락해야 한다’는 한 매체 인터뷰 보도로 인해 집값 급등기 아파트를 구매한 영끌족들을 흔든 것에 대한 대응도 잊지 않았다. 그는 "40% 가격 하락을 말한 것이 아니고, PIR 18(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소득을 18년 모아야 집값을 마련한다는 의미)을 언급한 것이다"며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PIR 18을 남겨줘선 안 된다. 이것이 소신이고 철학이고, 국토부 장관을 하는 이유"라고 긴급 진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 장관은 관련 이슈에 대해 늘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슈에 대한 멘트가 더 강력해졌다.

먼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사업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과의 갈등으로 제동이 걸리자 "은마아파트의 극단적 이기주의 때문에 30만 수도권 주민의 발을 묶어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한 결과로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부적격 사례 52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국민과 함께 공분하는 모습도 여러차례 보여줬다. LH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 매입(칸타빌 수유팰리스)에 대해서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안 샀다. 국민혈세로 건설사 이익을 보장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국민과 같은 마음으로 공분했다.

또한 충주 부실 민간임대아파트에서 있었던 하자 관련 ‘그냥 사세요’ 조롱 낙서에 대해선 "그냥 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는 등 역동적인 워딩을 선보였다. 이후 국토부는 곧바로 민간임대 하자실태 전수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에 칼을 빼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 장관은 LH의 매입임대주택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집값 하락 시기 이미 할인분양에 들어간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한 것에 대해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취지와 무관하게 형식대로 처리한 건 무책임하다"며 곧 LH 사업 전반적으로 감찰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같은 산하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해선 지난해 열차 궤도이탈과 사망사건 등과 관련해 작업자들의 근무태만과 노사 야합 편의주의 등을 언급하며 과감한 개혁을 선포하기도 했다.

원 장관의 행보는 건설업계를 감동시키기도 한다. 건설노조를 대응하는 태도가 전 정권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건설노조가 정부에 보복을 예고했지만 어림없는 착각이고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난 30일 전문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강요 및 채용강요 등에 대한 근절 결의를 다졌는데, 이는 정부의 강경대응에 힘 받은 시너지 효과였다는 입장이다.

해외건설 순방에선 "방탄조끼 입고 이라크, 잠 안자고 카타르 뛰어든다"다거나 "전세사기에 가담한 의심 공인중개사를 전수조사해 엄벌할 것" 등의 보도자료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원 장관의 역동적 퍼포먼스가 오랜 정치생활에서 나온 선언적 의미에 가까워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대 장관이자 최장수 재임 김현미 장관 역시 정치인 장관인데 ‘원현미’ 오명을 벗기 위한 반대 행보만을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원 장관은 취임 이전부터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누더기’ 등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고,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는 양도세를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과, 임대차 3법 폐지 등의 부동산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는 모두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원 장관은 지난해 말 여권 당 대표 차출설과 관련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서 "전세사기, 영끌족 등이 피눈물로 요동치고 있어 눈 돌릴 1분 1초의 틈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주 출신으로 1982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했고, 1992년 사법시험 역시 수석 합격했다. 검사로 재직하다가 1999년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0년 16대 총선 서울 양천갑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 이후 17대, 18대 내리 3선했다. 2014년, 2018년엔 제주지사로 출마해 당선된 원 후보는 사법과 입법, 행정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으로서 여권 잠룡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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