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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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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뒤로 밀린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은 뒷전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26 10:11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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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전국이 올 겨울 들어 최강의 ‘북극 한파’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달 중순만 해도 초봄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강원영동 지역에 폭설이 내리고 하순에는 기온이 영하 20℃ 안팎까지 떨어지는 혹한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올 겨울 유럽에서는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졌으며, 미국에서는 서부에서 대규모 홍수가, 동부에서 폭설이, 중남부에서 토네이도가 엄습해 대규모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사실 이런 기상 이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갈수록 더 혹독해지고 빈도가 잦아지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게 문제다.

기상이변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 한파, 폭설, 태풍, 가뭄, 해빙,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기후시스템의 변화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협정, 의정서, 보고서 등을 통해 각국이 준수해야 할 지침과 룰을 정학고 이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7년 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는 2008~2012년 ‘제1약속기간’에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감축하는 내용이 결정됐다. 하지만 미국이 2001년 교토위정서에서 탈퇴하고 배출량이 많은 중국이나 인도가 개도국으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다.

2013~2020년의 ‘제2약속기간’에도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40% 감축하기로 했으나 미국, 라시아, 일본, 캐나다 등 전세계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국들이 불참해 실효성을 상실했다.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 협정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틀이 정해졌다. 주요 내용은 세계 공통의 장기 목표로서 기온 상승 2℃ 목표 설정과 1.5℃로 억제하는 노력을 추구할 것, 모든 국가가 감축 목표를 5년마다 갱신·제출할 것, 5년마다 세계 전체의 이행 상황을 점검(global stock-taking)할 것 등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1.5℃ 특별보고서’에서는 세계 평균 기온이 2017년 현재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 상승했는데, 현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부터 2052년 사이 기온 상승이 1.5℃에 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1.5℃와 2℃ 기온 상승 간에는 그에 따른 영향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으며, 기온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 전후에 순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 기후합의에서는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기온상승 목표를 2℃에서 1.5℃로 사실상 강화했다. 또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가 처음으로 명기됐다. 석탄화력발전을 둘러싸고 당초 문서안에서는 단계적 폐지(phase out)라고 표현돼 있었으나 인도 등의 반대로 단계적 감축(phase downs)으로 후퇴됐다. 아울러 각국은 필요에 따라 2030년 목표를 재검토·강화하기로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이를 완화해 보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각국이 약속한 2030년까지 감축 배출량(NDC)과 기온상승 1.5℃억제를 위해 필요한 감축 배출량 간의 격차를 의미하는 ‘배출량 갭’이 매우 큰 상태인데, 그나마 대부분 나라가 NDC도 이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408억톤으로 2019년 이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2020년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빠른 경제회복과 함께 석탄, 석유 및 가스 수요가 반등해 다시 늘었다. 작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 7960만톤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 배출량이 전년보다 6.4% 감소한 6억 5622만 톤으로 2018년 이후 2년 연속 줄었으나 다시 증가했다. 작년에도 화석연료 사용 증가 등으로 배출량이 또 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2021년 발표된 NDC상향안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당초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NDC상향안과 동떨어져 가고 있다. 2030년 목표달성도 거의 불가능할 판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안보에 치중한 나머지 탄소중립을 뒷전으로 밀어두는 모습이다. 에너지 안보가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인류를 멸망으로 빠뜨릴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도 중요하다.

단 하나 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구호 뿐이 아닌 실현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 이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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