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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찬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봄철만이 아닌 사계절 불청객이 된 지 오래다. 겨울에도 추위가 한풀 꺾일 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것이 미세먼지다.
올해도 새해 들어서면서 여러 날 동안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서울은 남산은 물론이고 눈 앞에 있듯 가까이 보이던 고층 건물도 희미하게 윤곽만 보였을 정도다. 1월 7~8일 서울의 25개 대기환경 측정소 중 미세먼지(PM-10) 일 평균 환경기준인 100㎍/㎥를 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최고농도는 201㎍/㎥로 환경기준의 2배나 되었다. 초미세먼지(PM-2.5)는 1월 7일 전 지역에서 ‘매우 나쁨’ 기준인 76㎍/㎥를 넘었고, 최고농도는 일 평균 환경기준인 35㎍/㎥의 4배인 140㎍/㎥에 달한 곳도 있었다.
2019년 3월 초 1주일간 초미세먼지 오염이 지속되자 정부는 그 해 4월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키고 계절관리제 시행, 최대 28기의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출력제한, 5등급 차량 운행 등 다양한 고강도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책이 시행된 그 해 겨울 터진 코로나 사태의 효과까지 겹쳐 2020년 계절관리제 기간 중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7% 감축되었고, 전년인 2019년 14회나 발령되었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2020년에는 단 2회만 발령되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진정되면 미세먼지가 다시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불길한 예감이 올 겨울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묘수가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배출원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숨어있는 배출원 관리에는 첨단장비 도입이 효과적이다. 원격측정장비를 이용한 자동차 매연관리, 드론을 활용한 산단의 불법 배출 감시, 환경 위성을 활용한 폐기물과 영농잔재물 불법소각 적발이 가능할 것이다.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⅔ 이상을 차지하는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숨어있는 배출원 파악과 인벤토리 고도화도 시급하다. 영농부산물 소각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과 암모니아의 주 배출원인 축산 분뇨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지리적 위치와 풍향 패턴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기준인 50㎍/㎥이 넘는 미세먼지 오염의 경우, 60~80%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다.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인 ‘미세먼지 한?중 공동연구’ 확대가 시급하다. 미세먼지 배출량의 신뢰도를 높이고, 공동 대응을 위해서는 인력 및 예산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별도의 연구기관을 설립이 꼭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탄소중립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21년 기준 사업장(42%), 경유차와 건설기계(28%), 발전소(10%)에서 전체 배출량의 80%가 배출된다. 온실가스는 2019년 기준 발전 등(38%), 산업(27%), 수송(10%)에서 전체 온실가스의 79%가 배출된다. 두 물질 모두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발생 특성이 다르고 대책의 효과가 상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연소를 늘려야 하지만, 이 경우 미세먼지 관리에는 불리하다. 탄소중립과 대기오염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통합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2013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고 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출범하였으며,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관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20년 11월 발표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은 2년 가까이 관련 최고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 종합대책이다.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해지기 전에, 29개 미세먼지 대책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시 ‘버전 2’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감소와 중국과의 협력을 다시 강조하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중심의 통합관리를 제안한다. 미세먼지 오염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국민은 맑은 공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