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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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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기료 현실화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2 13:50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새해 들어서면서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모든 소비자에 대해 kWh당 9.5%(11.4원) 인상했다. 기후환경요금은 kWh당 1.7원이 올랐다. 한전에 따르면 4인가구 기준으로 월 4500원 정도 부담이 늘게 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연말 국회에서는 한전의 적자 누적을 이유로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6배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래저래 올 한해 전기요금은 에너지 분야의 중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30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21조8342억원을 기록했는데 4분기에도 추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전의 이런 역대 최대 적자는 왜 발생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를 만들어 파는 한전이 만드는 값보다 싸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원료값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원료비가 들지 않지만 화력발전과 원전은 원료를 태우거나 붕괴시켜 열을 내야 한다. 따라서 연초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한전의 원료비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항상 적자만 보는 건 아니다. 110달러까지 갔던 유가가 급락하여 40~50달러에서 움직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과 연평균 유가가 42.29달러였던 2000년에는 영업이익은 물론 당기순이익에서도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연평균 유가가 60달러대였던 2018년과 2019년, 2021년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연평균 유가가 96.41달러였으니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데 연료비연동제와 총괄원가제를 적용하고 있어 원료비 상승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해야 하므로 물가당국의 입장에서는 인상을 억제해온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원가변동보다도 더 큰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 전기요금은 국제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독일이나 일본은 물론 우리보다 저소득인 국가, 심지어는 산유국보다도 전기요금이 싸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당 103.9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1번째로 낮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61% 수준으로, 가장 비싼 독일에 비해서는 30%, 일본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화석연료에 비해 열량 대비 가격이 낮아지는 수준까지 되었으며 2005년 이후에는 이런 가격 역전이 계속되어 왔다. 즉, 전기값이 석유값보다 싸다는 이야기다. "콩보다 두부값이 더 싸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이다.

전기값이 싸다 보니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기사용량은 세계 7위이며 1인당 전기사용량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기를 펑펑 쓰고 있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사용해도 될 곳에 전기를 사용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93%의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제 전기값을 전기를 만드는 석유·가스값 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돌리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한 대기오염 대응 비용과 온실가스 감축 비용 등 외부화되어 있는 비용들을 가격에 반영하여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전기요금 정상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불합리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지난해의 적자만 메우려 해도 kWh당 260원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물가에 줄 충격을 고려하여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지난해 9월 이미 52%를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편에서는 내년 선거 운운하며 또다시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따라서 로드맵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불합리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중기 계획을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전과 산자부에만 맡겨 대증적인 요금 인상만 할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부채를 키워 적자를 메우려는 시도는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 빚을 갚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전기요금과 정부의 공적자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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