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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원전확대 정책, 송전 장애에 발목 잡혀 차질 빚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9 17:37

"尹정부, 원전 공기업 살리고 민간 화력 발전만 죽도록 내버려두지 못할 것"



"민간 피해 커지면 전력시장 망가져…원전업계도 송전망 확충에 목소리 내야"



송전장애 피해 증가에도 급전 순위 앞서는 한수원 '느긋' 민간발전사 '속앓이'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송전 장애 문제에 발목 잡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실화하고 있는 송전 장애에 따른 동해안 권 민간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가동 축소의 영향이 원전에까지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원전은 현재 발전단가가 가장 싸 급전 최우선 순위에 있어서 최근 송전 장애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앞으로 민간 발전사의 손실이 커질 경우 에너지 믹스 재조정을 둘러싼 원자력·석탄·LNG 등 발전원 간 다툼, 민간과 공공 발전사간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9일 "원전 가동이 확대면서 석탄 발전이 줄고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LNG발전이 늘어나면 결국 한전의 적자해소는 어렵다. 원전이라고 태평하게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를 추진한다고 해도 전체 전력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원전만 살리는 게 아니라 민간의 송전망 건설 허용, 데이터센터의 발전원 인근 이전 등을 통해 석탄 등 여타 발전사들의 생존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LNG 가격 급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재가동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최신식 발전소를 지어 놓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송전망이 지연될수록 LNG의존도가 높아져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 민간의 피해가 커지면 결국 전력시장이 망가진다. 원전 업계도 송전망 확충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여부조차 정하지 못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오는 2024년 조기 착공을 추진 중이다. 또 2027년 5월 임기까지 설계수명 도래하는 원전 18기를 수명연장을 통해 계속운전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원전 비중을 문재인 정부 마지막 목표인 23.9%에서 32.4%로 무려 8.5% 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동해안권의 신규 원자력 및 석탄화력 발전사들이 최근 줄줄이 준공하면서 동해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 발전사 중심으로 발전기 가동을 줄이는 출력제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출력 제어는 신규 발전사 건설로 인한 생산 전력 증가에 대비해 확충하기로 한 송전망 건설이 아직 착공조차 못하면서 송전 장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울산·경북·강원으로 이어지는 동해안권 밀집 발전소들의 생산 전력은 수도권 송전 때 대부분 같은 송선망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가 늘어나면 송전망 확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발전소 주변 전력 소비량에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전력이 늘어나면 현지 소비 잉여 전력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가 많은 수도권 등으로 보내져야 한다.

송전 장애는 곧바로 원전과 비교해 급전 순위에서 밀리는 민간 석탄·LNG 가동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민간 석탄·LNG의 피해를 낳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 업계에 따르면 강릉·동해·삼척 등 동해안 지역 석탄발전소 6기의 전체 발전 용량은 5.3기가와트(GW) 규모인데 전기 수요가 가장 많은 겨울에 들어서도 57% 정도인 3GW 정도만 가동 중이다. 원전 2기 발전 용량과 맞먹는 2.3GW를 가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경북 울진에 1.4GW급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동해안~수도권의 송전선로가 용량을 넘어서자 불가피하게 석탄발전소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발전 업계에서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을 수도권 등으로 공급할 전력망 구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와 한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매출 피해가 줄잡아 최소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송전 장애와 그 피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2017년 준공된 GS동해 석탄발전소 각 1GW급 총 2GW를 시작으로 속속 완공되고 있다. 강릉에코파워의 안인석탄화력발전소는 각 1GW급 2기 중 지난해 이미 1기가 준공되었고 나머지 1기도 올해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삼척블루파워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GW급 총 2기도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규 원전 준공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울 1호기가 지난해 준공돼 가동되고 있으며 2호기도 올해 전력시장에 진입한다. 두 기의 설비용량을 합하면 2.8GW에 달한다. 각 1.4GW급 신고리5·6호기도 오는 9월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가동 가능한 발전설비는 총 11.5GW였고 2024년까지 준공될 발전설비를 합하면 총 17.1GW의 엄청난 규모다.

강원 강릉에서 경북 울진에 이르는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 용량은 11.4GW 규모다.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1~6호기(5.9GW), 양수발전(1GW), 석탄발전 6기(5.3GW)만으로도 송전선로는 이미 포화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송전망 확충은 여전히 요원하다. 신규 송전선로 건설은 아무리 빨라도 2026년에야 완공된다. 한울 1·2호기와 신한울 3·4호기(2.8GW)까지 가동에 들어가면, 송전 문제가 커져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원전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내 전력시장에서 원자력은 급전순위에서 가장 앞서는 만큼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느긋한 모양새다. 대신 원전 다음으로 가동되는 석탄발전소 중에서도 동해안에 밀집한 신규 민간석탄화력발전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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