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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기요금 관련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의 새해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꼼수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전기요금 세부 항목 중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의 연간 조정 폭을 내놓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새해 시작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1분기 전체 전기요금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만 발표했다. 새해 전기요금이 한 해 동안 전체 얼마나 오르고,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각각 얼마씩 인상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에 지난해 줄곧 새해 전기요금 기본연료비 인상 폭이 최소한 kWh당 50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발전업계를 포함 산업계는 새해 가뜩이나 경영 불투명성이 높은데 경영의 핵심 비용요소인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니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특히 정부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대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을 조정하면서 지나치게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전기요금 인상폭이 클 수밖에 없고 또 연료비 등 변동 요소가 너무 많아 전기요금의 단계별 인상 시기와 폭을 미리 정해 발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요금은 통상 분기별로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 그 때 그 때 조정한다.
반면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의 경우 새해 시작 전 연간 전체 인상 폭을 발표한 뒤 이를 한꺼번에, 또는 몇 차례 나눠서 인상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전기요금도 지난해 시작 전인 2021년 12월 발표됐다.
정부는 당시 2022년 전기요금을 기본연료비 두 차례, 기후환경요금 한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당 총 11.8원을 올리기로 했다.
기준연료비는 4월과 10월 각각 kWh당 4.9원, 기후환경요금은 4월 kWh당 2원 인상하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한전은 정부에 새해 전체 기준연료비만 kWh당 최소 51.6원 인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연간 전기요금 인상폭을 확실히 밝히지 않아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전기요금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에서도 연료비 연동제의 실효성 확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전기요금 조정이 번번이 유보되거나 현실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전기요금의 예측가능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지속으로 2026∼2027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수급 여건이 나쁜데다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로 안 그래도 발전사업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2월까지 실시하는 SMP 상한제로 도매가를 160원으로 억제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다시 원상복귀될 가능성 높다"며 "3월에도 국제 에너지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고 상한제를 다시 실시할 경우 사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재 도매전기요금이 kWh당 270원 안팎인데 13.1원 인상한 147원 소매전기요금으로 인해 발생할 추가 적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이대로면 한국전력공사는 자본잠식 상태로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가스요금을 올 겨울 동결하겠다고 했는데 그 결과 발전용 가스요금으로 그 부담이 전가되어 도매전기요금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이는 추가 소매전기요금 인상압박이 되며 한전 적자폭을 더 늘리게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겼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2분기(4~6월) 이후는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 국내 경제와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준연료비 조정은 1년에 한 번 하지만 상황에 따라 분기 마다 재산정해 발표할 수 있다"며 "아직 2∼4분기 기준연료비 변동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3분기까지 총 21조834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조정으로 매출액이 6조원 가량 늘었지만,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영업비용이 27조원 넘게 늘어난 탓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한전의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번 전기요금 결정 과정은 연동제 시행 이전에 하던 방식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료비 연동제가 정부의 편의에 따라 정치적으로 운영되면 전기요금 조정은 물론 에너지정책 전반의 신뢰성도 훼손될 수 있다"면서도 "물론 코로나19나 전쟁, 인플레이션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무작정 시장논리, 정치논리만 따질 수 없는 만큼 정책 수립에 이같은 부분도 반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