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올해 식품업계는 국내외 경기 불안 등 경영 위기에 부딪힌 기업들의 재도약의 포석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오너 중심의 책임경영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거나, 계열사 간 살림을 합쳐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행보가 이어졌다.
◇ "책임경영 강화"…오너 중심 위기 타개, 신성장동력 발굴
코로나 방역 전면해제의 지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신3고(高),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물류난 등 어느 때보다 불안한 국내외 경제 환경을 맞아 유통가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 집행이 가능한 오너 경영의 장점을 동원해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직면한 위기 극복 외에도 중장기의 성장 동력을 발굴해 육성할 수 있기에 올 들어 경영에 복귀한 식품사 오너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3년 9개월 만에 복귀한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이 대표사례다. 권 회장은 전문경영체제의 필요성과 코스피 상장을 위해 퇴임을 결정했었다.
이달 1일 경영에 복귀한 권 회장은 그룹 비전으로 ‘글로벌·소스·친환경·플랫폼’ 등 4가지 키워드를 내세우며 혁신 의지를 내비쳤다. 현지 기업과의 합작·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거나,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사내 벤처도 키우는 등 신사업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위스키 제조·판매 기업 골든블루도 최근 새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박용수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그동안 사내이사직을 맡았던 박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 2011년 회사 인수 이후 처음이다.
앞서 11년간 기업을 지휘하다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한 김동욱 전 대표를 대신해 박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게 골든블루의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스키 시장 규모 감소 등이 거론되는 만큼 박 회장은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999년 이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던 농심 계열사 메가마트도 창업자의 3남 신동익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기면서 오너 경영으로 전환했다. 신 부회장의 직접 경영과 함께 메가마트는 미국 내 점포 확대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2015년까지 미국에 신규 매장 10개 이상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영 부진으로 제동이 걸렸던 메가마트는 신 부회장 취임 후 지난 9월 캘리포니아 지역에 3호점을 여는 등 출점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 식품업계, 계열사 합병으로 사업 시너지·기업가치 극대화
올해는 식품 대기업들이 잇따라 계열사 합병을 단행했다. 중복된 사업부문을 통합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단순화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목적이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롯데푸드와 합병을 통해 통합법인으로 새단장했다. 롯데제과가 존속 법인으로서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는 구조로, 매출 규모만 3조7000억원대에 이르는 국내 2위 종합식품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통합 롯데제과는 현재 빙과사업부를 포함해 인프라 통합 작업을 거치고 있다. 내년까지 빙과 영업소를 43개로, 빙과류 품목수는 478개에서 300개 수준으로 줄인다. 또, 오는 2025년까지 제빵·육가공·빙과공장 규모도 4곳을 줄여 고정비를 감소시키고, 이듬해 빙과 물류 거점 센터도 기존 16개에서 5개로 축소시키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시장 공략도 적극 추진한다. 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3.5%) 두 배인 7.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초코파이·빼빼로 등 주력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한편, 내년에는 파키스탄 분유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마무리하고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합병을 통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였던 동원F&B, 동원시스템즈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향후 동원산업은 계열사별 신사업 추진을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갖추고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 시장을 선도하겠단 계획이다. 주력 부문인 식품·유통 외에도 2차 전지 등 계열사별 신사업 투자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2017년부터 추진해 온 지배구조 재편작업을 지난 10월 완료했다.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를 흡수 합병해 상장회사 조흥을 제외한 모든 관계회사를 100% 자회사로 재편한 것이었다.
오뚜기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원료 조달과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해외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오뚜기 해외사업은 미국·중국 등 60여개국에 이르는 수출국 규모에 비교해 전체 매출 비중이 현재 10%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트남 박닌공장을 전초기지로 삼아 동남아·중국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미주·유럽·오세아니아 등 다른 지역도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여 해외시장 점유율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