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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라면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올 상반기부터 장기화된 경기 불황에 식품업계는 가격 조정을 통한 수익성 방어에 집중했다. 이처럼 잇따른 악재로 척박한 업황 속에서 일상회복을 전환점 삼아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매출 확대의 기회도 모색했다.
◇경영 비용 부담에 가격 줄인상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식품업계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가격 인상’이다.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교전 여파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과 물류난에 더해, 고환율 기조마저 악재로 작용하며 경영 부담이 높아진 영향이다.
러·우간 전쟁 장기화로 국제 곡물과 유가 시세가 급등하면서 식품업계의 식자재 수급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주요 원료인 밀가루·팜유·대두유 사용량이 많은 식품사들은 당장 사전 비축분을 활용하거나, 현지 시장 모니터링으로 파장 최소화에 분주했다.
그러나 상반기 원가 상승분이 하반기로 전가되며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에 식자재·부대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지난 9월 농심을 시작으로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업계 빅3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과업계의 경우 9년 간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던 오리온이 결국 백기를 들었으며, 롯데제과·CJ제일제당·동원F&B 등 식품 제조업체들도 식품 가공용인 팜유값이 치솟자 햄·소시지·햇반·참치캔 등 가공식품 가격을 올렸다.
업계는 국제 곡물 가격이 올 6월 이후 우크라이나 밀·옥수수 수출 재개로 안정세를 되찾은 점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대로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생산비용 절감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다만, 4분기로 접어들며 원윳값 인상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하는 등 킹달러 기조는 부담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 등 대형 유업체들은 이미 흰 우유 가격을 올린데 이어, 내년 빙그레·hy 등도 가공유가 들어가는 빙과류·유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운영 재개한 오프라인 행사 ‘가뭄 속 단비’
올 2분기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침체됐던 유흥·외식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 대상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되면서 주류업계는 대면 판촉에 집중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실제 대표 주류 3사인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는 6~8월 여름 성수기에 힘입어 고객 접점 확대에 방점을 두고 △각종 지역 축제 후원사 참여 △야구장 맥주판권 확보 △야구단과 스폰서십 체결 등의 마케팅 공세를 펼쳤다.
지난달 4년 만에 돌아온 월드컵 대목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들 업체 모두 월드컵 특수를 발판으로 각각 ‘넘버 카스 패키지’, ‘테라 싱글몰트 위스키’, ‘처음처럼 새로’ 등 신제품 띄우기에 나선 점이 특징이다.
술친구인 안주를 판매하는 외식업계도 가뭄 속 단비로 월드컵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교촌치킨·bbq·bhc 등 치킨업계 빅3는 응원쿠폰팩, 치맥 세트 등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거나, 신제품 출시로 모객에 나섰다. 그 결과 이들 업체는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 지난 2일 매출액만 각각 전주 대비 75%, 100%, 180% 오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첫 해인 올해는 시장 회복 단계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주류·외식업계 모두 그동안 코로나 확산세 여파로 가정시장 채널 비중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균형에 초점을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