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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1·2호기 옆에 조성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부지 전경. 한수원 제공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이 담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확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탈(脫)원전 폐기’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탈원전 폐기 등을 통한 정책 차별화의 가시화 방안으로 올 연말 잡혀있던 전기본 수립 확정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관련 공청회를 지난달 28일 열었다.
하지만 전기본 확정이 국회에 발목 잡혀 한 달 가까이 지연됐다. 여야의 내년 예산안 처리 대립 등으로 관련 협의를 할 수 있는 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전기본의 확정을 위해선 국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았는데 집권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합의 불발로 국회 보고가 계속 밀린 것이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공청회 개최 이후 12월 2일과 12일 잡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의 예산안 갈등 등으로 계속 지연됐다. 아직까지도 국회 예산안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10차 전기본 국회 보고 등 절차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국회 산자위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차 전기본 때는 국회에 서면보고로 마무리했다. 민주당도 합의한 부분"이라며 "정권이 바뀌자 이번에는 굳이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받자고 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 보고 자료와 최종안은 이미 다 완성돼 있다"며 "국회에서 보고 일정을 잡아줘야 이후 전력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전기본을 최종 확정, 발표할 수 있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업계에서는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 원전 관련 발주가 없는 만큼 신한울 3·4호기 선(先)발주 등의 조치를 위해서도 10차 전기본 확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9차 전기본에서 빠져 착공도 못한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1월 사업허가를 신청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전원개발실시계획도 2015년 9월 신청했지만 아직도 산업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관련 부지매입과 함께 두산에너빌리티에 원자로 주기기 제작 발주가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 발전소를 지을 건설사 선정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등 건설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가 이뤄지려면 행정절차와 함께 건설사 선정 등 넘어야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원전 건설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건설 허가와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전 비중을 대폭 축소한 9차 전기본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 지난 정부가 수립해 놓은 상위 계획들이 여전히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신한울 3·4호기 건설 일지
시기 | 내용 |
2008.12 |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건설 확정 |
2017.02 | 산업부 발전사업 허가 취득 |
2017.06 | 문재인 대통령, 탈원전 정책 선언 |
2017.10 | 국무회의, 에너지전환로드맵(탈원전) 의결 |
2017.12 |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건설 제외 |
2018.06 | 한수원 사업보류 결정 |
2020.12 |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건설 배제 |
2021.01.08 | 한수원, 사업기간 연장(2023.12까지) 신청 |
2021.02.22 | 산업부, 사업기간 연장 신청 허가 |
2023.12. | 발전사업허가 종료 |
신한울 3·4호기의 완공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내 이뤄지는 게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신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확정했지만 아직 전기본, 에기본 등 상위 에너지 계획에는 원전 건설재개·계속운전이 반영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탈원전 폐기’는 사실상 시작도 못한 것이다. 지난 3월 인수위는 신한울 3·4호기 관련 2024년까지 11개 부처 합동으로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수립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를 취득, 이후 공사계획인가를 거처 2025년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이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그 시작점인 10차 전기본 확정부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원전산업 기반이 고사 직전이다. 원전 수출을 하려 해도 국내 생태계가 무너지면 수출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즉각적인 원전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으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기간 축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