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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 대변신 (상)] 한약재시장에 커피향기 그윽~ '대기업과 상생' 해법찾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18 16:00

시장 내 폐극장이 스타벅스 카페로 새 단장
계단식좌석·목조천장 복고풍에 MZ세대 호응
LG전자도 전신 금성사 콘셉트 체험공간 마련
전통시장·창업몰, 대기업과 동반성장모델 기대

경동 1960

▲지난 16일 공식 개장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 내부 전경. 사진=조하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약재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경동시장에 청년상인과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며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지닌 청년상인 유입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모색함은 물론, 마니아층이 탄탄한 대기업 매장 출점으로 부가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960년 개설된 경동시장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용두동·전농동 일대 약 10만㎡(3만평) 내 위치한 서울약령시, 경동신·구시장, 광성시장 등을 통칭한다.

경동시장은 본거지인 동대문구 일대, 한약재 주산지인 경기 북부·강원 지역을 잇는 제기동역과 가까운 우수한 입지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경동시장 내 한약시장인 ‘서울약령시’에서 판매되는 한약재만 전국 거래량의 70%를 차지하는 등 대규모 한약재 시장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유동인구의 55%가 60세 이상에 집중되고, 공실률도 60%대에 이르며 이전의 명성은 퇴색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경동시장은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지난 2018년 11월 청년몰 참여자 모집을 시작한 데 이어, 2019년 8월 서울 전통시장 최초 이마트와 함께 놀이방, 카페 등을 갖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출점하면서 젊은 층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이어 지난 16일 한약재 냄새로 가득한 경동시장 거리에 스타벅스코리아가 그윽한 커피 향기를 풍기는 새 둥지를 선보였다.

이날 공식 개장한 ‘경동 1960’점이 스타벅스 새 매장으로, 1960년에 지어져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경동극장을 개조한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이다.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조성한 공간인 만큼 매장 내 판매되는 모든 품목 당 300원씩 적립돼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되는데 의의가 있다.

제기동역 2번 출구에서 약 5~10분 거리에 위치한 ‘경동 1960’은 기존 경동극장 구조를 최대한 보존해 다른 매장과 차별화된 감성을 부여했다. 오래된 극장이 지닌 고풍스런 분위기를 살려 중장년층의 옛 추억을 소환하는 것은 물론, 이색 탐방을 즐기는 MZ세대 손님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극장을 주제로 한 매장답게 극장문 형태의 양문형 출입구를 열고 들어오면 과거 영화 스크린이 있던 무대에 위치한 음료 제조 바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에는 일반 매장과 달리 극장식 조명을 설치해 음료 제조에 분주한 파트너들이 마치 연극배우로 보이듯 연출했다. 고객과 직원 모두 즐길 수 공간을 만들겠다는 진심이 녹아들어 있는 대목이다.
영사기

▲영사기를 통해 출력되는 흑백영화 형태의 주문 음료 표시 알림. 사진=조하니 기자

바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벽면에 흑백 영화를 상영한 듯 주문번호 알림 표시가 나타난다. 파트너가 휴식을 취하는 공간도 매장 뒤편 영사실에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총 200석 규모의 좌석도 옛 극장 관람석처럼 계단식 구조로 꾸며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스타벅스가 매장 인테리어에 힘준 부분은 바로 목조 골격이 드러나는 천장 구조다. 철제로 이뤄진 현대식 건물과 달리 옛 건물 특유의 목조식 천장을 유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경동 1960’ 인테리어를 담당한 이한솔 파트너는 "MZ세대들은 새로운 경험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이들 젊은 고객들이 방문하도록 오래된 폐극장 내 주요 요소들을 복원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와 손잡고 LG전자도 추억의 공간을 만드는데 한 몫 했다. 매장 외부에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서 이름을 딴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마련돼 있다. 금성전파사는 MZ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경험공간으로, △마음고침코너 △개성고침코너 △스타일고침 코너 △기분고침코너 △씽큐 방탈출 카페까지 총 5개 코너로 구성됐다.

금성사 시절 가전제품과 LG 틔운·무드업 냉장고 등 새 가전을 살펴보거나, 폐가전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펜던트·팔찌도 제작할 수 있다. 또, 조이스틱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등 고전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금성오락실’ 체험존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경동시장 내 고객 체류시간과 편의성을 확장해 상권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생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난 15일 경동시장상인연합회·동반성장위원회·케이디마켓주식회사와 4자간 상생 협약도 체결했다.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이사는 "오래된 공간을 특별한 트렌드를 가진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며 "‘경동1960점’에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함께 모든 세대가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성전파사

▲스타벅스 ‘경동 1960’점 매장 바깥에 마련된 이색체험공간 금성전파사 ‘마음고침코너’. 사진=조하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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