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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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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도 비싼 위스키·와인 '불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06 17:59

올들어 수입·판매 급증…편의점서 수백만원짜리 '완판'



코로나 여파 홈술 유행, MZ세대 위스키 선호 겹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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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국내 와인·위스키 시장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속에도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이전에는 흔히 경기침체기에 가격이 싸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소주·막걸리류가 잘 팔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주류인 위스키·와인이 더 선호받으며 국내 수입량과 판매실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6일 주류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감소세를 보였던 위스키(스카치·라이·기타 위스키 포함) 수입이 올해 반등했다.

위스키 수입 규모는 지난 2019년 1만9836톤, 2020년 1만5923톤, 2021년 1만5662톤으로 줄어들다가 올들어 지난 1~9월 누적 1만8413톤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수입량을 훌쩍 넘겨버렸다.

와인의 국내 반입도 급증 추세다. 수입액 기준으로 2019년 2억6000만달러, 2020년 3억3000만달러, 2021년 5억5981만달러로 상승곡선을 그렸고, 올해도 지난 1~10월에만 4억8275만달러로 집계돼 국내 와인 선풍을 입증했다.

공급이 많다는 것은 수요가 그만큼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유통가를 통해 팔리는 와인·위스키의 매출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10월 위스키와 와인의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나란히 33%, 4%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1~11월 와인 매출이 21.3% 증가했다.

홈플러스 역시 같은 기간 와인·위스키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2% 뛰었다. 특히, 10만원 이상 고급 와인이 약 240%, 싱글몰트 위스키가 약 653% 매출 신장 기록을 세우며 높은 인기를 과시했다.

◆ 편의점으로 진출한 수백만원 위스키, 하룻만에 완판

위스키·와인의 판매 호황은 대형유통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소형 유통채널인 편의점에서도 최근 위스키 수요가 늘어나며 매출실적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편의점 CU의 최근 3개년 위스키 매출 신장률(전년대비 기준)을 살펴보면, 2019년 10.6%에 그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59.5%, 2021년 9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도 1~11월 기간 다른 주류 상승률보다 15%포인트 이상 웃도는 49.8%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더욱이 편의점의 고가 위스키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GS25가 지난 8월 선보인 10만~30만원대 위스키 ‘발베니 4종’, 러셀리저브싱글베럴 등 300병이 1시간만에 완판돼 화제가 됐다.

CU는 수백만원짜리 고급 와인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 6월 브랜드 변경 1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빈티지 세트’(550만원)가 2세트 판매됐고, 이어 10월에 ‘탐나불린1973’(409만원)과 ‘샤또마고2014’(97만9000원)도 고가임에도 팔렸다.

CU는 이달 5일부터 멤버십 앱 포켓CU에서 ‘프리미엄 위스키 할인전’을 마련하고, 최고가 상품 ‘탐나불린 1973’(정가 409만원)을 333만원으로 할인 판매하고 있어 이 역시 가격 할인에 힘입어 빨리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추석명절 때 무려 900만원에 이르는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 시리즈 4종’을 선보여 완판 기록을 세운 데 힘입어 내년 설에도 고가 주류상품을 선물세트로 준비하고 있다.

◆ ‘위스키=아재술’ 옛말…MZ세대, 하이볼·칵테일에 ‘위스키 사랑’

업계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편의점에서 위스키 수요가 크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홈술족이 증가하며 가격과 상관없이 편의점에서도 고가 와인과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풀이했다.

특히, 과거 위스키는 ‘아재 술’로 여겨졌으나, 젊은 MZ세대들이 최근 몇년새 하이볼(순한 과일주 등에 고도주를 섞은 혼합술)이나 칵테일을 선호하는 음주 트렌드가 성행하면서 위스키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편의점에서 양주 매출이 증가한 배경으로 다른 업태와 비교해 뛰어난 ‘접근성’과 점포 수 확대로 과거와 달라진 편의점 위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은 집과 가까운 근거리 채널인 만큼 접근성이 좋다"며 "과거에 와인과 위스키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만 취급했던 상품이었지만, 주류 공급자들이 편의점을 고가의 주류상품 수요채널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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