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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은 아직도 '애도기간'…"추모비로 분위기 정리해 달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30 17:22

[르포] 10.29 참사 한달 넘긴 이태원 상가 가보니
"월드컵 특수에도 매상 2만원"…연말 앞두고 '울상'
고정비 부담 가중에 어쩔 수 없이 휴업·조기퇴근
상인회 "대출지원뿐 아니라 정상영업 전환 필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29일 저녁 인적이 한산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모습. 사진=김하영 기자

"다른 지역은 연말 특수 기대감으로 회식·송년회 등 단체회식 예약 건수가 늘고 있다는데 이태원은 평일·주말 상관없이 손님 수가 뚝 떨어졌어요……."

"지난 2020년 이태원클럽발(發) 코로나 집단감염 때도 단골인 지역거주 외국인들이나마 종종 찾아왔는데 지금은 그런 손님조차 없다."

"매장을 여는 것보다 차라리 일정 기간 쉬는 게 인건비 등 판관비를 아낄 수 있어 문 닫는 업주들이 많아요."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김하영 기자]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넘긴 지난 29일 본지 취재진이 둘러본 이태원 일대 상가는 여전히 ‘애도의 침묵’에 빠져 있었다.

사고 현장 인근 상가 일대에는 ‘불 꺼진’ 가게들이 즐비했고, 그나마 문을 연 가게들도 매장 음악소리는 자취를 감춰 주변 거리는 ‘무거운 적막감’만 가득했다. 심지어 매장 한 켠에 국화꽃을 놓는 추모 공간을 조성해 놓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이태원은 아직도 ‘상중(喪中)’이었다.

이태원 일대 메인 거리의 하나인 베트남퀴논길에서 고깃집을 운영중인 사장 A씨는 현재 영업을 임시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매출이 암흑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부와 유가족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영업하기도 조심스럽다"면서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에도 다수 상인들이 영업 중단에 협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통상 밤시간대 고객이 몰리는 주점 업주 역시 저녁 손님맞이 보다 텅 빈 매장에 한숨만 내쉬었다. 카운터에서 인적 없는 거리를 지켜보며 혹시 모를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같은 베트남퀴논길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매출이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류·요식업종 자영업자 대다수가 참사 이후 매출 피해를 호소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매출 타격은 덜하지만 편의점·옷가게·숙박업체들 역시 크고 작은 경영 애로를 겪고 있었다.

클럽거리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그나마 편의점은 지역 주민처럼
고정 고객층이 있어 매출 피해 규모는 적다"면서 "다만,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 체감 상 방문 고객이 10명 중 6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초입과 가까운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관계자 D씨도 "애도기간 동안 예약 취소를 원하는 고객에 한해 100% 환불을 진행했고, 연회·파티 개최 등을 삼갔다. 현재는 정상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파티나 행사 등을 준비 못한 부분에서 매출이 소폭 감소한 것 외에는 여론에서 우려하는 지역적 영향은 다행히 크지 않았다"고 밝혀 요식업 사정과는 차이가 있음을 나타냈다.

각종 옷가게와 의류 수선업체가 밀집된 국제 아케이드 상가 인근 옷가게들은 정상 영업시간보다 이른 퇴근을 하는 모습이 띄었다. 옷가게 점주 E씨는 "빅사이즈나 맞춤 의상 구매하러 오는 손님들 제외하면 여기도 발길 끊겼다"면서 "사람 많을 땐 지나가다가 구경하는 분들이라도 있었지 그마저도 못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들 상점이 위치한 지역 소상공인 매출과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이태원 1동 매출과 유동인구는 참사 발생 전인 10월 넷째 주 대비 각각 61.7%, 30.5% 줄었다.

이 같은 소상공들의 고충을 고려해 중소벤처기업부가 28일 서울 용산구를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관할구 중·소상공인 긴급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업체당 긴급경영안정자금 한도와 대출 기한을 각각 7000만원, 7년(3년 거치 4년 분할 상환)으로 늘리고, 고정 금리도 1.5%로 0.5%p 인하하는 등의 저리 대출이 골자다. 그러나 대다수 상인들은 이미 코로나로 누적된 대출액 부담도 큰 데다, 대출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상인회)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참사 이전 대비 매출이 30% 회복됐다는 내용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월드컵 특수에도 지역 자체가 초상집 분위기라 오는 사람이 적고, 유동인구가 급증하는 주말마저 매상이 2만원에 그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 프로그램 외에도 차라리 추모비를 세워 상권 곳곳에 흩어진 애도 분위기를 한 데 모아 정상 영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베트남퀴논길

▲29일 저녁 이태원 메인거리 중 하나인 베트남퀴논길 전경. 사진=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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