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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이정애 대표, ‘18년 성장 공신' 차석용 뛰어넘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30 06:42

첫 여성CEO 상징성에 실적 개선·전임자 능가 과제 직면
차 부회장, 내부 변화·세대교체 위해 용퇴…고문 맡을 듯
"재무관리·마케팅 역량 닮은꼴" 평가…역할분담 여부 관심

이정애

▲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사장. 사진=LG생활건강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LG생활건강이 오는 12월 1일부터 18년간 휘날려온 ‘차석용 부회장’ 깃발을 내리고 첫 여성 CEO로 내정된 ‘이정애 대표이사 사장’의 새 깃발을 올린다.

1일부터 내정자 신분을 벗고 정식 취임하는 이정애 대표는 당장 실적 개선이란 과제와 함께 역대급 실적으로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었던 차 부회장의 업적을 이을만한 경영능력을 발휘할 지에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어 음료사업부장인 이정애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LG생활건강은 물론 LG그룹 계열사 최초의 첫 여성 CEO라는 점에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 대표는 당장 실적 부진에 빠진 LG생활건강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지난 1986년 입사한 이 대표는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회사 생활 36년 만에 수장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그동안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사업 등 주요 사업군에서 ‘마케팅통’으로 활약하며 회사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갑작스런 수장 교체에도 업계에서 "이유 있는 결정"이라며 입을 모으는 것 역시 이 대표의 실력을 인정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새 전문경영인 발표와 함께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진두지휘해 온 차석용 부회장의 용퇴 결정도 또 다른 이야깃거리다.

당초 2025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 만료 시점보다 조기 퇴진을 단행하자 일각에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용단이라는 회사의 설명을 고려해 볼 때 차 부회장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차 부회장은 취임 첫해 1조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을 2019년 7조원까지 끌어올리면서 이른바 ‘머니 메이킹 머신(Money making machine)’으로 불렸다. 재임 기간 동안에 성사시킨 인수·합병(M&A)건수만 28개에 이를 정도로 재계에선 ‘투자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앞에 ‘투자의 귀재’도 LG생활건강의 실적을 방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해 말부터 LG생활건강 매출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에도 1∼3분기에 걸쳐 전년 동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53%, 35.5%, 44.5% 감소하는 등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주력시장인 중국에 의존도를 줄이고자 일본과 북미 시장 등에 눈을 돌렸지만 기대만큼 실적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차 부회장의 또 다른 용퇴 배경으로는 1953년생으로 베이비부머(1946∼1964년 사이 태어난 세대) 앞단에 위치한 차 부회장이 ‘최장수 CEO’ 타이틀에도 LG그룹이 추진 중인 ‘세대교체’ 흐름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LG그룹은 최근 전체 승진자 160명 중 70% 이상을 신규 임원으로 채웠다. 이 가운데 1970년대 이후 출생자만 92%를 차지하고 있어 그룹의 강한 세대교체 의지가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공인회계사 출신인 차 부회장은 재무관리뿐 아니라 마케팅 능력도 출중해 양발잡이인 손흥민 선수 같은 CEO로 불린다"면서 "다만, 코로나 유행에 따라 실적 부진도 계속되는 데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젊은 세대 중심으로 교체도 급속하게 이뤄져 사업을 이끄는데 한계를 느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차 부회장의 뒤를 잇는 이 사장이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지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정애 대표는 마케팅 노하우 외에도 이화여대 경제학과, 숙명여대 MBA(경영전문대학원)를 졸업한 점에서 재무관리 역량도 갖춰 차 부회장과 닮은 부분이 많다.

현재 두 사람 모두 이번 인사 발표 이후 내부에서 어떤 공식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 부회장은 퇴임 후 회사 고문 역할로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나 중국 시장 리오프닝을 대비해 사업영역 다변화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며 "새 판이 짜인 만큼 차 부회장의 조언과 함께 이 대표가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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