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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세훈표 반지하 특정바우처 실효성 있나?…‘전시행정’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8 15:16

월 보조금 20만원 현실성 없어
오세훈표 지원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결국 "공공임대주택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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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역대급 폭우로 반지하 거주민 3명이 숨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주택단지 전경. 사진=김다니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이주 보조금 월 20만원으로는 방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보조금이 마감되는 2년 후에는 어떻게 할지 벌써부터 막막합니다. 부동산 수수료, 이사 비용 등 지상으로 옮기는데 드는 추가 금액을 생각하면 쥐꼬리 지원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반지하 주택에서 안타까운 침수사고로 3명이 숨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28일 서울시에서 발표한 반지하 이주 지원대책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이번 대책으로는 주거취약계층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원금이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지난 8월 ‘반지하 거주가구 지원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반지하 특정바우처’를 거주지 동주민센터에서 상시 신청받는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원대책으로 침수 가능성이 큰 반지하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주한다면 다음달 말부터 최장 2년간 월 20만원 지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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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 사진=김다니엘 기자



◇ 오세훈표 반지하 특정바우처는 ‘전시행정’…취약계층 실효성 못 느껴

일부 금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오세훈표 반지하 특정바우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전시행정’이며 취약계층은 이에 대한 실효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림4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8월 물난리 때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 중 80%는 이미 지상층으로 이주했다"며 "원룸은 찾아보면 옮길 수 있는 곳이 있지만 가족단위 거주자는 보조금 2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이주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지하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건이 좋지 못하다는 뜻인데 부수적인 금액을 고려하면 월 20만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민선 4기 핵심과제로 제시했지만 까다로운 통과 조건으로 인해 일부 취약계층은 보조금 지원대상에 선정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자가주택을 보유하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주하는 경우 △주거급여·청년월세 수혜 가구 △고시원을 비롯한 근린생활시설·옥탑방·쪽방으로 이주하는 경우 △특정바우처 지급계획 발표일(8월 10일) 이후 반지하에 입주한 가구 △서울에 거주하는 반지하 가구가 서울 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서울형 주택바우처 중 일반바우처는 반지하 특정바우처와 중복 지급되지 않는다.

박승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도 일종의 사회보장이다. 조건을 맞춰 지원하는 것은 사회보장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인간이 아프고 억울하게 죽지 않게 삶의 최저기준을 보장하는 것에 조건을 단다는 것 자체에 아쉬움을 느낀다"며 "북유럽 등 복지 선진국들이 하는 것처럼 정부나 국회에서 최저 보장 주거기준을 정해 (취약계층을)지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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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대규모 침수 이후 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단지. 사진=김다니엘 기자



◇ 지원 방식 개선과 정책 수정 필요

보조금 지원 방식과 수령 기간이 2년이라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을 생각하면 월 20만원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실제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금액이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런 식으로 (반지하 가구를)지원하기 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등의 방식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일단 반지하 특정바우처 자체 의도는 좋다. 반지하가 침수돼 이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대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기간이 만료되는 2년 후, 형편 및 조건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여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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