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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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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RE100도 벅찬데 아예 '무탄소 전력' 도전하는 구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7 09:00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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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요즘 에너지 분야에서 RE100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더불어 CF100도 최근들어 언급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RE100은 대중들에게 제법 많이 알려져 있지만 CF100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하게 느낄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CF100은 공식 명칭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24/7 Carbon Free Energy’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24/7 CFE라고 하겠다. 이미 2017년에 RE100을 달성한 구글에서 새롭게 제시한 개념이다. 2020년 9월, 구글은 2030년까지 자사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서 생산되는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RE100이 기업의 1년간 전기 사용량에 대해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24/7 CFE는 각각의 사업장마다 해당 지역의 전력망에서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글은 모든 데이터센터에서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 만큼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더라도, 실제로는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이 비치지 않는 장소나 시간대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소요되는 전기를 석탄이나 가스 발전소와 같은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모든 장소와 시간대에서 무탄소 에너지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다.

구글은 이를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표현한다. 구글은 2017년부터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지만, 24/7 CFE 기준으로는 2019년 61%, 2020년 67%, 2021년 66% 만을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했다고 밝혔다.

24/7 CFE의 목표 달성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사업장의 시간대별 전기 사용량, 해당 전력망에서 자사가 계약한 청정 발전원의 시간대별 전기 생산량, 해당 전력망의 에너지 믹스를 파악해야 한다. 구글에서 제시하는 계산과정을 살펴보자. 11월 21일 오전 10시에 100MWh를 사용했는데, 그 중 계약한 청정 전기 생산량이 40MWh이고 전력망에서 60MWh를 조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전력망의 무탄소 에너지 비중이 50%라고 하면, 해당 시간대의 무탄소 에너지 사용 비중은 70%(= (40MWh + 60MWh × 50%) / 100MWh × 100)가 된다. 만약 계약한 청정 에너지 전기 생산량이 120MWh라고 하더라도 최대 100%까지만 인정한다. 그리고 시간대별 비율을 가중평균하여 1년간의 비율을 산정한다.

구글은 2021년 9월 UN-Energy, 지속가능에너지기구(Sustainable Energy for All) 등과 함께 ‘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를 출범했다. 현재 이 콤팩트는 자발적 약속이며, 보고 요건도 별도로 없다. 시간을 할애해서 24/7 CFE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주요 요청사항이다. 향후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성과 산정 기준, 목표 등에 관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에너지 수요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투자사, 에너지 공급사, 협회, NGO 등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100개 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데, 에너지 수요기업으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IT기업 네 곳이다. 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데 전력을 소비하는 이들 IT기업들은 시간대별 전기 사용량이 일정하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참여가 용이해 보인다. 전력사용 패턴이 일정하지 않거나 수요를 조정하기 어려운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경우, 모든 사업장의 전기를 실시간으로 무탄소 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은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것 같다.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구글은 최신형 원자력과 지열, 그린수소, 장주기 저장장치, CCS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전력 수요를 보다 지능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면, 데이터센터에서 시급을 요하지 않는 작업들을 풍력,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별, 지역별 전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와 IoT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 에너지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39개나 되는 솔루션 제공 기업이 24/7 CFE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REC와 같은 공급인증서도 현재는 해당 재생에너지가 어느 연도 또는 월에 생산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24/7 CFE를 위해서는 어느 시간대에 생산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2021년 12월, 2030년까지 연방정부기관들이 무탄소 전기를 연간 기준으로는 100%, 실시간 기준으로는 50%를 조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제14057호를 내렸다. 이의 이행을 위해 미 연방조달청(GSA)은 제27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간 중인 지난 11월 15일에 전력회사인 Entergy Arkansas와 MOU를 체결했다. 유럽에서도 유럽전력산업협회(Eurelectric)에서 24/7 CFE 촉진을 위해 European 24/7 Hub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실시간 청정에너지 조달 전략을 소개하면서 24/7 CFE를 위해서는 청정 에너지,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반응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또한 2030년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다른 대안에 비해 24/7 CFE 달성에 소요되는 비용이 가장 많지만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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