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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성 (사)전력경제연구회 회장 |
원자력분야 현안으로 떠오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에 대한 국회 예산 심사가 기술개발 실효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후변화와 탄소대응을 위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교섭단체간 의견 차이로 보류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산업자원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도 원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전기출력 300 메가와트(MWe) 이하인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 예산을 보면, 원자력 생태계 회복차원에서 두가지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원자로 노형 개발의 국내용·수출용 구분 여부와 함께 원자력연구소(KAERI)가 개발한 스마트(SMART) 원전의 수출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원자력계가 ‘국회’와 ‘대통령실’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제기된 두가지 질문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예측 가능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SMR은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제 펌프와 가압기 등의 일체화를 통해 하나의 용기에 담아내는 크기로 줄일 수 있다는 잠재적 장점이 있다. 그러나 SMR에 대한 정의 자체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중소형과 미국의 모듈타입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의 확인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R이 미래의 대세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다.
둘째, SMR의 선두주자인 뉴스케일(NuScale)은 지난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SMR 모델중 최초로 설계 인증을 취득했다. 특히 미국은 확실하게 SMR에만 정부차원의 관심을 가지고 밀어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사업환경은 소형모듈원자로를 건설하고 운영할 최초의 업체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SMR 부지에 대한 평가를 마친 정도이다.
셋째, 원자력연구소(KAERI)가 개발한 스마트(SMART) 원자로는 물론이고 모듈화되는 SMR도 아직까지 인허가 규제요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아직까지 다양한 설계개념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규제요건을 도출해서 법제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넷째, 원자력연구소는 자신들이 개발한 스마트(SMART) 원전을 SMR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스마트의 설계와 인허가 기준이 대형 원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대목에서 대통령실은 원전 수출경쟁력 검증 차원에서 원자력연구소가 왜 20년 이상 초지일관 SMART 뿐인지, 그 이외의 혁신적인 모듈형은 왜 없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스마트(SMART)는 가압경수로(PWR)를 축소한 모델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원자로 개발의 핵심인 핵연료 연소 실험을 할 곳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핵연료 개발이 어렵고, 기술사용 측면에서 검증된 기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섯째, 연구개발(R&D)과 직접 연관된 기술혁신은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으로 구분된다. 특히 SMR과 같이 원자력분야 공정혁신에 해당하는 새로운 노형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재원투자가 동반된다. SMR의 경우 최소 10조원 이상의 재원 소요가 예상되는 사업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일곱째, 한국의 원전수출은 UAE처럼 바다가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수요가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주력상품인 1400MW급 대형 원전에 올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지역의 가뭄에서 볼 수 있듯이 내륙 국가의 경우 냉각수 문제로 대형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사계절 수량이 풍부한 강과 호수가 있어 대형 냉각탑을 세운다면 대형 원전 수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에서 원자력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파이로 프로세스(pyroprocess)’ 재활용연구 근거를 법에 명시하려는 이해관계 활동이 관찰되고 있다. 반면에 원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임시저장시설’의 형태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려는 행위로 보고 특별법안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필자가 과거 직접 경험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초안 작성 과정을 복기해 살펴본 결과 위 특별법안들의 특징은 전반적인 구성체계와 내용에서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유사한 법안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법률 제정의 양산을 지양하고, 현행 ‘방사성폐기물 관리법’과의 혼선을 방지하고, 관리위원회·관리정책·관리사업자 등의 중복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제정하는 대신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전부개정해 ‘중·저준위 및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함께 규정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전부개정안의 세부내용은 이 방안을 확정한 뒤 작성 및 검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생태계 활성화 정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원자력 연구개발과 원전 수출은 우리의 경쟁력이 검증된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는 올바른 입법과 시행을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되기를 연구자의 입장에서 요구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