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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규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복지실장 |
올해 2월 러시아는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려 국토의 상당부분을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지원으로 전세는 역전되고 있다. 러시아는 상황타개를 위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무기화했다. 이로 인해 유럽의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 전쟁으로 에너지위기는 현실화되었다. 유가는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고 세계 각국의 기업, 가계 등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중에서도 경제력이 약한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자일 것이다.
또 하나 취약계층에게 무서운 것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극심한 기상이변이다. 우리나라는 사계가 뚜렸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로 양분화 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유례없는 폭염과 혹한 등 기상이변이 확대됨에 따라 기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오래된 주택, 노후화된 난방기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 부족 등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욱 커 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고유가와 기온변화에 대응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먼저 에너지바우처 사업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수급자 등 취약계층 중 노인· 장애인 등 기후에 민감한 대상자들에게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등을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비용지원사업이다. 여름에는 전기요금을, 겨울에는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등유·LPG·연탄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에너지비용을 지원해 줌으로써 더위와 추위를 잘 극복하여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지원액은 세대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8.5만원이며 지원대상 대상 가구는 올해 약120만 세대에 달하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수행하고 있다.
두 번째로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경제력이 빈약한 취약계층에 대해 에너지측면에서 주거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고효율보일러로 교체해 주고, 창호를 두꺼운 단열재로 바꿔주며, 바닥난방을 새로이 시공해 주고, 에너지절감형 냉방기기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세대당 약 200만원 내외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연간 약 2만 5000만 가구가 한국에너지재단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 되듯이, 아무리 정부에서 좋은 제도를 만들어 지원한다고 한들 대상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이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 지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 에너지복지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생활상의 보조수단으로 보아야 하며,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바우처 담당자 뿐 만 아니라, 복지업무 담당자 또한 에너지복지 제도를 숙지하여 동시에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바우처의 경우 대상자의 70% 이상이 노인과 장애인으로 상대적으로 에너지복지제도에 대해 말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신청과 사용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를 통한 대상자 발굴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담당자와 협업을 통한 사각지대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그 지역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복지를 펼치고 있는 노인복지관 등 복지기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복지기관들은 각 기관의 특성에 맞게 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특화된 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지역 대상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들 기관과 함께 취약계층에게 에너지복지사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게 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흔히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에너지복지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에너지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담당 공무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지역복지기관 들도 노력을 하지만 거기에 더 필요한 것은 주변 이웃들의 관심과 도움이다. 혹시 주변 이웃들 중에 추위와 더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지, 혹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에너지복지제도를 몰라서 그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취약계층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는 생활과 주거·어려움 등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들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동절기 본격 추위의 시작을 앞둔 요즘,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슬픈 일들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