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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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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반도체 업계 지각변동…애플·삼성 공급망 다각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6 10:52
USA-RUSSIA/SOFTWARE

▲애플 로고(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중국과 대만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조달받기 위한 준비하는 등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들에게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공급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에서 열린 애플 내부 회의에서 "애플은 애리조나 주에서 칩을 사들이기로 이미 결정했다"며 "애리조나 공장은 2024년에 가동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2년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 관련 계획이 구체화되면 유럽에서도 반도체를 조달받을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재조정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의 생산역량과 능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아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데 있어 중대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쿡 CEO가 언급한 구매처는 현재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대만 TSMC로 보인다. TSMC는 120억 달러를 들여 2024년부터 애리조나에서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TSMC는 애플의 핵심 공급처로 꼽힌다. 애플은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있지만 생산은 TSMC에 위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쿡 CEO는 "전 세계의 프로세서 공급 중 60%가 대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 또한 TSMC와 마찬가지로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인텔 또한 쿡 CEO가 언급한 공급처 중 하나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텔은 수년 동안 애플의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러나 애플이 인텔에서 받던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한 부품으로 교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럴 가능성은 낮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처럼 애플이 아시아 위탁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 유럽 등 현지에서 반도체를 조달받기 위한 움직임은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직격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만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경영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삼성전자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

삼성전자도 이를 의식한 듯, 반도체 위탁생산에 있어서 대만 TSMC보다 자유롭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15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요즘 만나는 고객들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험해 새로운 공급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삼성 파운드리는 새로운 공급처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5나노미터 제품 생산을 위한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이어왔으며 퀄컴 등의 거대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애리조나에서 건설 중인 공장이 애플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짚었다. TSMC에 따르면 이 공장은 5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월 2만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향후 3나노미터 공정을 원하는 애플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TSMS가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공정 수준을 높이거나 애플이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덜 복잡한 제품에 적용하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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