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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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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물류 혁신’의 힘…실적·재무 모두 잡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31 11:29

택배·글로벌 부문 효율성 제고로 이익 체력 강화
대규모 투자 일단락에 재무 부담 완화 ‘가시화’
한신평, 등급 전망 ‘안정적’→‘긍정적’ 상향 조치
“영업 현금 창출력 기반 선순환 구조 진입” 평가

한진택배 CI. 사진=박규빈 기자

▲한진택배 CI. 사진=박규빈 기자

㈜한진이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 터미널 가동과 글로벌 물류 거점 확대라는 '승부수'를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핵심 사업의 운영 효율화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현금 흐름이 개선되는 '내실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도 ㈜한진의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택배·글로벌 '쌍두마차'가 끈 실적 성장

31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택배와 글로벌 부문을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4년 초 개장한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은 택배 사업 수익성 개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한진은 총 2850억 원을 투입해 구축한 대전 메가 허브를 통해 전국의 택배 물량을 집결시킨 후 분산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체계를 완성했다. 이 터미널은 하루 12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인공 지능(AI) 형상 인식 분류기와 3D 자동 스캐너 등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춰 분류 정확도를 높이고 운영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그 결과 ㈜한진의 2025년 3분기 누적 택배 부문 영업이익은 10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58억 원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부문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발 물량 급증과 K-브랜드 수출 확대에 발맞춘 선제적 투자가 적중했다. ㈜한진은 인천공항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의 특송 통관 처리 능력을 월 110만 건에서 220만 건으로 2배 확대해 밀려드는 직구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현지 풀필먼트 센터 자동화와 지난 12월 15일 개소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럽 풀필먼트 센터 등 해외 거점 확장이 더해지며 이익 창출력이 강화됐다. 이에 힘입어 글로벌 부문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3% 급증하며 전사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물류 부문은 부산 신항 소재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7위 물동량을 보유한 부산항의 입지 조건과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 접안 능력을 앞세워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사 실적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번 돈으로 빚 갚는다"…투자 축소로 재무구조 개선 가속

㈜한진의 경영 기조가 '외형 확장'에서 '내실 다지기'로 전환되면서 재무 건전성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핵심은 대규모 투자의 종료와 현금흐름의 개선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전 메가 허브 구축 등에 연평균 약 1700억 원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집행했던 ㈜한진은 핵심 인프라가 완공된 이후 연간 투자 규모를 9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투자 부담이 줄어든 반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은 늘어나면서 외부 차입 없이 자체적인 영업 현금 창출력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잉여 현금 흐름(FCF) 흑자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한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유 중인 상장 주식과 지방 거점 부지 등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추가로 상환할 계획이다. 과거 부산 범일동 부지 매각으로 3000억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핵심 자산을 유동화해 재무 체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대전 메가 허브. 사진=㈜한진 제공

▲대전 메가 허브. 사진=㈜한진 제공

한신평, 신용등급 전망 '긍정적' 상향…신용도 상승 청신호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월 29일 수시평가에서 ㈜한진의 무보증 사채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하며 신용 등급은 BBB+를 유지했다. '긍정적' 전망은 향후 6개월에서 2년 내에 실제 신용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택배와 글로벌 부문의 운영 효율성 제고로 영업이익이 구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됨에 따라 잉여 현금 흐름이 확대되고 재무 부담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한신평은 ㈜한진의 순차입금/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지표가 2022년 6.4배에서 2027년 5.1배까지 낮아지고, 이자 보상 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이자 비용 지표는 같은 기간 2.6배에서 3.0배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중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물동량 변동성은 리스크 요인이다. ㈜한진은 2027년까지 중량물 운송을 위한 신조선 도입 등 잔여 투자를 마무리하고,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를 통해 대외 변수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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