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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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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3 17:30

에너지경제 이진우 성장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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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전 안내문자도 없이 서울로 가는 KTX 차편 운행을 취소하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오!", "사고 때문에 열차운행 취소하면 다냐고요? 차표를 미리 끊은 사람들 일정이나 피해는 생각 안 하고 우리보고 알아서 차편 구해서 올라가라는 게 말이 되나요?"

딱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지난 7일 이른 아침인 4시 40분, 부산 구포역 예매창구에서 마주친 상황이었다. 전날 장모의 첫 기일을 맞아 처갓집에서 제사를 모시고, 다음날 서울로 출근을 위해 미리 예매한 KTX열차 탑승시간에 맞춰 구포역에 도착했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구포역 기차표 창구에서 몇몇 시민들이 역무 담당자에게 거친 고성과 함께 항의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유는 전날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6량의 탈선사고에 따른 일부 기차노선의 운행 중단 때문이었다.

이른 새벽 KTX 기차로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근무, 사업계약, 병원진료 등 개인 일을 소화해야 하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예매 기차편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것이었다. 구포역 역무원도 상부에서 취해진 조치라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다른 차편을 이용하라는 말만 되풀이할뿐이었다.

구포역에서 겪은 일을 소개하는 이유는 일주일 앞서 서울 이태원에서 속절없이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참사’ 사고 원인 일부와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첫째, 10.29 참사 당시 시민들의 신고를 받은 정부와 서울시 등은 3∼4시간이 지나서야 이태원 상황을 알리는 긴급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영등포역 열차 탈선 사고도 판박이였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었겠지만 기자가 탈선사고로 일부 열차의 운행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코레일 안내문자를 받은 시각은 6일 오후 9시께 사고발생시점에서 3시간이 경과한 자정(밤 12시) 이후였다. 문자 내용도 운행 중단이 예상되니 열차 이용자들이 알아서 확인하라는 것이었고, 미리 표를 끊은 예매고객의 열차편 중단 여부 안내는 없었다.

물론 10.29 참사가 사고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등포역 탈선사고의 성격은 구분돼야 한다.

둘째, 구포역에서 겪은 일에서 확인한 10.29 참사와 닮은꼴은 당국의 사고 직후 신속하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는 점이다.

구포역에서 일부 KTX노선 중단과 관련, 코레일은 열차 탈선사고에 따른 불가피성과 복구 노력만 강조했을뿐 운행중단 노선 이용자의 피해는 외면했다. 예매표 대금을 환불하면 그만이라는 태도였다.

구포역에서 예매표 이용자가 거세게 항의한 이유는 열차 중단보다는 중단으로 빚어질 이용자의 피해와 불편에 대해 코레일이 전혀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29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직후 경찰력을 최대한 신속하게 동원해 인파를 정리하고 구조차량 찻길을 확보하려는 인식과 노력이 있었더라면 한 사람의 아까운 생명이라도 더 많이 살려냈을 것이다.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사건사고는 언제 어디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빈발하기에 거대한 정부든 미미한 기업이나 개인들도 사전에 방지하려 애쓰고, 사후에 피해 구제에 힘을 보탠다. 안타까운 점은 이같은 재발방지와 사후대책을 제도와 시스템으로 구축해 놓았음에도 대형 사건사고는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운용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라도 운용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 능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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