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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올해 하반기 본격화된 ‘반도체 한파’가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 수요가 둔화하는 등 전방 수요 감소로 가격 내림세가 두드러졌던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한 비메모리 시장과 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까지 침체가 증폭하는 양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과 미디어텍 등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AP를 판매하는 펩리스(반도체 설계기업)는 일제히 스마트폰 판매 감소 여파로 고객사 재고가 늘면서 실적 부진이 올해 연말에 이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은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단기적인 재무 전망은 현대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수요 침체와 고객사 재고량 증가라는 두 문제에 영향받게 된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막히면서 AP를 주문했던 고객사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올해 5세대(5G) 이동통신 판매량 전망치를 기존 7억대 수준에서 6억5000만대로 낮춰 잡았다. 퀄컴이 파악하는 고객사 재고는 8주에서 10주 분량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텍도 올해 4분기를 우려했다. 회사는 현재 상황을 "10년간 본 적 없는 가장 심각한 침체"라고 진단하며 "고객사가 재고 확보에 보수적인 태도"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텍은 침체를 반영해 올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최대 24% 감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퀄컴과 미디어텍은 세계 AP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업체들이다. 점유율 약 40% 수준을 확보한 퀄컴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부품에 주력한다면 미디어텍은 중국과 인도 등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모두 올해 4분기 불황을 강조했다는 점은 프리미엄과 중저가를 막론하고 반도체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업계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올해 파운드리 시장이 침체와 재고 조정으로 인해 전년 대비 2.7%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선단공정을 갖춘 선두 업체는 사정이 그나마 낫다. 커지는 비용 부담에 발맞춰 가격을 올릴 수 있어서다. TSMC는 지난해 최대 20%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 3분기에도 8인치(200㎜)와 12인치(300㎜) 웨이퍼 기반 공정에 대해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첨단 3나노미터(㎚) 공정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설계 기업이 주문을 줄이며 수요 절벽에 따른 일시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과 인텔 등 TSMC 주요 고객사가 3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 주문을 취소하면서 연초 대비 발주량이 50%가량 반토막이 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 수요가 쏠리는 TSMC는 ‘수퍼을’이라 불리는 만큼 역성장은 피할 것"이라며 "다만 초호황을 기대했던 첨단 공정에서 수요가 꺾이는 양상은 그만큼 전자제품 업계가 어렵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