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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청약종합저축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주택청약저축 금리가 6년여만에 2%대로 인상된다. 그러나 청약통장 이자율이 낮다보니 청약통장 해지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청약저축 금리와 함께 국민주택채권 금리도 0.3%포인트(p) 다음달 인상한다고 밝혔지만 시장 분위기는 탐탁지 않다. 시중 예금금리가 5% 시대인데 청약저축 2% 금리가 주택시장 활성화 취지에 부합하는지 정부 정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앞으로 청약저축 금리는 현재 1.8%에서 2.1%로, 국민주택채권 발행 금리는 1%에서 1.3%로 각각 인상된다. 청약저축 금리는 11월 중, 국민주택 채권 금리는 12월 시행된다.
이에 따라 청약저축 납입액이 1000만원인 가입자는 기존 연 18만원을 받았는데 이제는 21만원으로 3만원의 추가 이자를 받게 된다. 국민주택채권은 1000만원 즉시 매도 시 현 부담금 172만원에서 157만원으로 15만원 줄어들게 된다.
시장에선 현재 기준금리가 3%이고, 이달 추가로 ‘빅스텝’(기준금리 0.5%p인상)이 전망되는 것을 감안할 때 청약저축 금리가 4%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과거 기준금리가 3%일 때 청약통장 금리가 4%였기 때문이다.
정진훈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 등을 통해 조성한 주택도시기금은 임대주택 건설과 무주택 서민에 대한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저리 대출 지원 등에 활용되고 있다"며 "이에 청약저축 금리를 크게 올리면 기금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대출 금리 인상이 뒤따라야 해서 인상 폭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소폭 인상에 대해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해지를 고민하는 1주택자 및 2030 청포족(청약포기족)이 다수 속출하고 있어서다.
소형평수 다주택자 A씨는 "10년 동안 10만원씩 청약통장에 넣고 있었는데 대출이자가 6%대로 치솟자 통장을 해지해서 빚을 갚을지 고민 중이다"며 "주변에선 청약통장 이자가 낮으니 해지를 권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최근 ‘줍줍’(무순위 청약)을 포기한 만 39세 B씨도 "줍줍을 포기한 이후 7년 재당첨 제한에 걸려 그냥 해지하고 적금에 붓기로 결심했다"며 "앞으로 청약 생각이 없고 세제 혜택도 없어 700만원을 묶어두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696만9838명으로 전달 2700만3542명보다 3만3704명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게다가 가입자 감소 폭은 매달 더 커지고 있다. 7월 1만2658명, 8월에는 1만5711명이 쪼그라든 것에 이어 지난달엔 두 배를 웃도는 3만3704명이 감소했다.
서울은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달 622만8151명보다 보다 1만162명 줄어든 623만8313으로 나타났다. 인천·경기도 8월 881만3062명에서 지난달 880만1867명으로 1만1195명 감소했다. 5대 광역시도 같은 기간 528만8404명에서 529만7724명으로 9320명 줄었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해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본래 예전부터 청약의 시간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꼭 유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시장 분위기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쌓아놓은 가입 기간 가점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목돈이 필요할 때는 최근 고금리에서도 저리로 빌릴 수 있는 주택청약담보대출을 활용한다거나 추후 자녀에게 가입기간 17점 만점을 물려줄 수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과거에는 청약통장이 시중금리보다 우대금리를 더 쳐줬던 적이 있었다"며 "시중금리가 높아진 현 시점에서 청약통장 역시 일시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연동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내년 초 금리상황, 기금 수지 등을 살펴가며 조달·대출금리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