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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전자업계 ‘한파’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가전제품을 비롯한 전방 수요 둔화로 반도체 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상황에서 TV 판매도 막히며 실적 타격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좋지 않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컨센서스(3개월간 실적 전망치 평균)는 매출이 11조8593억원, 영업이익이 2조1569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은 48.3% 감소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올해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앞서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 줄었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반도체 사업에서 내림세가 가파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보다 5조 가량 줄어든 5조원대로 추정된다.
실적 내림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주력하는 D램·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와 견줘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동시에 출하량에 해당하는 빗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까지 감소하며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반등 시점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아직 초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은 내년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이 0.6% 수준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잠정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올해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LG전자도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실적이 증가했을 뿐 증권사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LG전자 3분기 실적은 매출 21조1741억원, 영업이익 7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25% 증가했다.
기대 이하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가전제품 판매량이 급감한 탓으로 특히 TV 시장 침체가 가시화된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TV 사업에서 7년만에 적자 189억원을 냈다. 3분기에도 좋지 않은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TV 시장은 출하량이 10년만에 최저 출하량을 기록하며 역대급 한파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코로나19가 불러온 ‘집콕’ 수요를 타고 고공행진하던 판매량이 급격히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TV 시장 출하량은 2억200만대로 지난해보다 3.8% 감소할 전망이다. 트랜드포스는 내년에는 출하량이 2억1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월드컵을 비롯해 TV 수요를 당길 행사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이 확대됐지만 기대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재고가 증가한 점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