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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화학 |
24일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항암제 전문 제약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지분 100%를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아베오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같은 해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해외기업을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티브다’는 출시 첫 해인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500억원, 2027년에는 5000억원 매출이 전망된다.
아베오 인수는 지난해 7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는 2025년까지 신약 개발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하고, 2027년 생명과학부문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인수금액 8000억원은 LG화학 75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투자 규모이자 지난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전체 매출 69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LG화학은 ‘신약 분야 1조원 투자’ 약속의 실천을 화끈하게 시작했을 뿐 아니라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이 석유화학(49%), 배터리(39%), 첨단소재(8%)에 비해 2%로 극히 미미한 생명과학 사업부문을 미래 성장의 한 축으로 삼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영업손실 5000만달러(약 720억원),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600만달러인 적자기업 아베오를 인수한 이유는 이미 미국 시장 내 출시 제품이 있다는 점 외에도 포티브다 출시에서 입증된 아베오의 글로벌 임상 역량과 규제기관 허가 획득 노하우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재 총 4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임상 단계 12개 △전임상 20여개)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이 까다롭지만 잠재성이 큰 항암 분야에서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은 두경부암, 비소세포폐암, 고형암 분야 등 4개이다. 이외에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당뇨, 비만, 퇴행성관절염 등 신약 후보물질도 임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2003년 미국 FDA로부터 합성신약 ‘팩티브’에 대해 허가를 받아 국내 최초 FDA 승인 신약 보유 기업이 됐지만 미국에서의 상업화 전략 부재로 팩티브 매출은 미미했다.
신약 연구개발 못지않게 현지 의료체계에 맞는 상업화 전략이 중요함을 경험한 LG화학은 미국 항암제 시장에 특화된 임상허가와 영업마케팅 역량을 갖춘 아베오를 인수함으로써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의 미국시장 출시에 추진력을 더한다는 복안이다.
LG화학은 현재 미국 보스턴에 연구법인 ‘LG화학 생명과학 이노베이션센터(LG CBL)’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베오를 LG CBL의 자회사로 편제해 미국 진출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증권가와 투자자들도 LG화학과 아베오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이 아베오 인수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보스턴 이노베이션센터 설립 이후 이번 아베오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임상과 허가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항암 분야 혁신 제약사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