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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데이터센터 화재와 기업규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3 09:00

에너지경제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송영택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빌미로 기업의 자율경영을 제약하는 논의가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물론 카카오가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자체 데이터센터 운용이나 이중삼중의 안전망 구축에 소홀했던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서비스사업에 대한 규제가 ‘자율규제’의 방향에서 ‘강제성 규제’로 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카카오 서비스에 대해 독과점 운운하며 규제에 나서려는 것은 접근 방법부터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해온 고객들은 편의성, 효율성, 경제성 등의 측면을 따져보면서 현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지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카카오가 ‘국민대표 메신저’라는 지위에 오른 것 역시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이지 어쩔 수 없거나, 대체재가 없어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일부 이용자들은 다른 메신저 서비스로 갈아 타거나 세컨드 메신저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최근 텔레그램 이용자가 부쩍 늘어난 것이 한 사례다.

특히 정치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를 옥죄는 법안 마련에 나서고 있어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표적 규제 법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법안은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미 정보통신망법 등에 재난 대비 보호조치 의무가 마련돼 있는 만큼 ‘이중규제’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서비스 먹통사태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카카오가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에 완벽을 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역시 데이터센터를 4곳에 분산시켜서 대비를 해오고 있었고, 4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준공 목표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안산시에 건설하고 있었다. 다만 개발자들의 이중화 작업을 놓치면서 이번 같은 대란을 막지 못했다.

또한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설비통합운용자료 제출이란 과정을 통해 경영 노하우가 유출되고 경쟁력 강화에 이르는 공정경쟁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나아가 자칫 잘못하면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한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이 성장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할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이중화 ·안전망 구축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규제법안으로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 온플법은 매출 1000억원, 거래액 기준 1조원 이상의 플랫폼 기업에게 규제를 가하는 법으로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제약을 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온플법과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율규제라는 원론적 입장이 반영돼 온플법 제정이 무산된 것인데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빌미로 다시 강제 규제에 나서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규제 일변도 법제정에 나서다보면 진짜 중요한 혁신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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