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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發 자금경색...금융권 위기로 번질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1 17:21

금리 인상-경기침체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악재’



기업들 회사채 발행 난항...자금시장 ‘경색’



당국, 채안펀드 가동..."신뢰회복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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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증권사를 중심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경색 우려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2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4.5bp 오른 연 4.495%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4.632%로 전일 대비 19.3bp 올랐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17.5bp, 16.1bp 오른 4.638%, 4.485%에 거래를 마쳤다.

신용채권금리와 국고채금리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4일 현재 회사채(AA-) 스프레드는 114bp, 여전채(AA0) 스프레드는 152bp로 모두 2009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뜻으로, 일반기업,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금리 변동성 확대, 환율급등, 부동산 경기 악화, 경기 침체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가뜩이나 채권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단기자금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평가다.

레고랜드

▲2021년 10월 21일부터 2022년 10월 21일까지 국고채 및 회사채 금리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레고랜드 사태의 시작은 2020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자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당시 BN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사를 맡았고,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강원도는 GJC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지난달 말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원도의 빚보증 의무 이행 거부로 높은 신용도를 가진 지자체가 보증한 유동화증권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원도의 보증채무 불이행 사태는 모든 채권 발행사에 대한 신뢰를 한번에 무너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 역시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은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원) 대비 39% 감소했다. 이에 금융위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조속히 투입하고, 추가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현재 자금시장 경색은 부동산 경기 냉각 등 모든 악재가 맞물린 것으로, 한국은행의 무제한 RP 매입 등의 대책들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본력이 우수한 건설사까지 유동성 경색이 전이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채안펀드 대상, 세부 규정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 일정 규모의 회사들은 안정적이라는 시장의 안도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PF의 신용 위험 증가가 내재돼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부동산PF 관련 채권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다"며 "유동성 공급을 통해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풀리면 PF 사업장들의 사업성 평가를 거쳐 정상적인 PF ABCP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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