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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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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셋값 46주 연속 하락…역전세난 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0 15:05

올해 전국 최고 12% 폭락…전세가율은 유일 50% 미만
전세 지속 하락으로 매매가격도 추가 하락 가능성 커
일부 급매물만 소진될 듯…추가 규제완화 목소리도

세종단지

▲세종시 대단지가 몰려있는 새롬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세종시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금리상승 압박 및 매물적체 지속, 거래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46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가격이 직전 가격보다 떨어지니 집주인이 하락한 전세보증금의 차액만큼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 우려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20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올해 지난 1월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집계된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취합한 결과 세종시 아파트 전세가격이 올해 들어 -12.23% 하락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어 하락한 대구(-7.58%)와 인천(-5.43%), 대전(-4.81)과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는 지난 2020년 당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 이후 전세가격이 60.6%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후 행정수도 이전이 속도가 붙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 악재까지 겹치며 지난해 11월 넷째 주 이후 4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세가율이 50% 미만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원이 지난달 집계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율은 63.8%인데 세종시만 46.8%로 집계됐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를 통해 세종시 아파트 대단지를 분석한 결과 지역 내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새롬동 ‘새뜸마을12단지백조예미지아파트’ 84㎡(34평) 매매가격이 최근 9억2000만원(17층)이었는데, 지난 6월 같은 평형 9층이 전세로 2억3000만원, 지난 8월 1층이 1억7000만원에 거래돼 전세가율이 각각 25%, 18%밖에 안 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새뜸마을11단지더샵힐스테이트’ 35평도 지난달 매매 실거래가격이 7억7500만원(14층)이었는데 전세 가격은 1억8522만원(13층)으로 전세가율이 24%에 미치지 못했다. ‘새뜸마을6단지힐스테이트메이저시티’ 33평도 지난 7월 매매는 8억7000만원(3층)이었는데 같은층 전세는 지난달 2억9000만원으로 거래돼 전세가율은 33%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도시 인프라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아 실거주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세종시 국책연구기관에 재직 중인 30대 박 모씨는 "세종시는 아직까지도 백화점도 없고 병원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일자리 외엔 인프라가 너무 없어 주말이면 대전 집에서 쉰다"고 말했다.

전세가율이 떨어지니 아파트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치에 비해 매매가격이 고평가돼 있어 향후 더 조정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서 올 들어 매매가격 역시 -8.65%로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했다. 올해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린 대구(-6.36%)보다도 높고 뒤이어 대전(-3.95%), 인천(-3.72%)보다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아실에선 ‘새뜸마을10단지더샵힐스테이트’가 지난해 9월 35평 최고가가 12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8억8000만원으로 27%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된 것이 확인됐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확 줄어들어 전세 가격이 곧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실에 따르면 2014년 1만5476가구, 2015년 1만9081가구, 2017년 1만4769가구가 입주된 이후 지속 물량이 하락하더니 2023년엔 1782가구까지 입주물량이 뚝 떨어진 상태다.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기에 전세 가격이 회복되면 매매 가격 하락세도 소폭 안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인근 새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허가 물량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줄어들고 있고 향후에도 거의 없는 상태다"며 "지금은 거래절벽이 심하지만 조정 후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물량이 많은 대단지는 본래 전세가격이 낮은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전세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 매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세종의 경우 급매물 중심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하락은 있을 것이나 그 정도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종시만 지방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인 만큼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지역을 해제했는데도 이자율이 높아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 이럴 땐 추가 지역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는 이미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으나 청약경쟁률이 높아 조정대상지역은 유지 중이다"며 "현재 추가로 조정대상지역 해제 논의는 없고 연말이나 돼봐야 향후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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