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 본관에서 열린 ‘제1회 인공지능 신약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유튜브 채널 캡쳐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과 신약개발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AI 신약’ 활성화를 위한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제1회 AI 신약개발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는 AI 기반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제약바이오기업과 AI스타트업 간 교류공간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약 개발은 크게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이를 실험실에서 테스트하는 ‘전임상 단계’와 전임상 단계를 통과한 물질을 사람에게 시험하는 ‘임상 단계’로 나뉜다.
통상 5~6년 걸리는 ‘임상 단계’는 사람에게 직접 투약하고 경과를 살펴보는 단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보통 4~5년 걸리는 ‘전임상 단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진가를 발휘한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물로 사용이 가능한 화합물 수가 총 10148개에 이른다.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수치다. 사람 한 명의 세포 수는 약 60조개, 현재 알려진 인간의 질병은 약 1만2000개다.
따라서, 세상의 어떤 화합물이 인체의 어떤 세포나 장기에 어떤 질병 치료 효과를 가질 지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과 실험이 요구된다.
더욱이 보통 신약 1개를 개발할 때 약 1만개의 화합물을 분석해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그나마 찾아낸 후보물질도 임상을 거쳐 최종 신약으로 출시될 확률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전임상 단계의 ‘비효율’이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장애요소였지만, AI를 활용하면 전임상 단계의 시간을 기존 수 년에서 수개월 정도로 줄이고 성공 확률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기대한다.
AI 기술은 활용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이 특정질환을 타깃으로 정해주면 AI 스타트업이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이용해 그에 맞는 유전자와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해 제약사에 제안하고 세포실험에 들어가는 협업 매커니즘이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AI 신약개발 오픈 이노베이션’에서도 AI 스타트업 메디리타가 소개한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메디리타의 AI 기술은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자 단위의 생명현상을 가상현실로 재현해 시뮬레이션해 보여준다. 기존에 축적돼 있는 모든 인체 구성단위 정보와 의약품 정보, 의학 정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분석 처리해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간, 심장, 뇌 등 특정 장기나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인체 전체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
메디리타는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에 자신감을 얻어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독자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영우 메디리타 대표는 "최근 방송인 송해 선생 별세에서 보듯이 고령자는 낙상 등 부상을 입으면 움직임이 크게 줄어 근감소증이 가속화되고 사망을 앞당긴다"며 "근감소증은 고령자의 공통된 고통이자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에야 질병코드를 부여할 정도로 최근까지 질병으로 다뤄지지 못했고 치료제도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메디리타는 멀티오믹스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근감소증 등 독자적 치료제 개발과 함께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공동연구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2019년 국내 최초로 신약 개발 분야 인공지능 기술로 코스닥에 상장한 신테카바이오도 이날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에서 ‘단백질-화합물 결합 예측 기술’을, 바이온사이트는 ‘화학단백질체학 플랫폼 기술’을 각각 소개했다.
이날 주제발표 기업들의 기술 소개 이후에는 제약바이오기업과 AI 스타트업 간 파트너링 행사도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공지능을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출시까지 이뤄진 신약은 없지만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를 중심으로 2016년부터 인공지능을 신약개발에 도입해 코로나 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분야에서 임상 진입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SK케미칼·대웅제약·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I스타트업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오는 12월에 제2회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제약바이오와 AI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며 "제1회 행사를 계기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