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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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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알뜰폰 진입에 중소업체 ‘곡소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2 15:52
알뜰폰스퀘어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알뜰폰스퀘어 전경.(사진=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KB국민은행에 이어 금융 앱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까지 금융 기업들이 속속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 알뜰폰 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대형 이동통신사의 알뜰자회사에 이어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 알뜰폰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에 치인 중소 알뜰폰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에서 알뜰폰 시장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알뜰폰 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거대기업 쏠림 현상은 민간 자율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알뜰폰 생태계 보호와 소비자의 장기적 편익을 위해서는 알뜰폰 사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도 알뜰폰 시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통3사 자회사 등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알뜰폰사업자들이 모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동통신 3사 서비스를 판매하는 유통점들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알뜰폰 사업이 금융기관들에게 전면 개방되어 거대 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어 KB리브엠처럼 금권 마케팅 경쟁에 몰두한다면 영세한 중소 유통업체는 이통시장 경쟁에 밀려나 모두 고사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위가 올바르게 금융 정책 방향을 설정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통3사 자회사의 경우 적극적으로 금융업종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 분위기다. 가계 통신비 절감 대책이 더 효과를 내려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대형 통신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강하게 제한하지 않고 여러 사업자가 관련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는 "알뜰폰의 인기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무조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오히려 통신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알뜰폰 시장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알뜰폰 자회사 관계자도 "금융사의 진출이 나쁘다 좋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금융사가 막대한 자본을 가진 것은 맞지 않나"라며 "금융사처럼 거대 자본을 가진 사업자가 진입할 때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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