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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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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 부담 완화…"재건축 활성화, 시장 기대만큼은 힘들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9 15:31

국토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 발표
시장 혼란 축소·재건축 사업 추진 동력 기대
강남 고가 아파트 부담 여전·여야 합의도 한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선안을 29일 발표했다. 지난 2006년 재초환이 처음 도입된 이후 16년만의 개편이다. 재건축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고 장기보유 1주택자, 고령자에 대한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안이 재초환에 대한 시장 혼란을 줄이고 재건축 추진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경기 침체 속에서 실제로 사업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부담금 수준 조정을 통한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다. 이를 위해 제시한 주요 방안은 △면제금액 상향(3000만원→1억원)·부과구간(2000만원→7000만원) 확대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 조정(추진위원회 승인일→조합설립 인가일)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 △1가구 1주택 보유기간 따라 최대 50% 감면 △고령자 납부유예 제도 도입 등이다.



◇ 1억원까지 부담금 면제…전국 38개 단지 신규 적용

우선 면제금액 상향 조치가 도입되면 부담금 면제 단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부담금을 면제하고 있지만 개선안이 적용될 경우 초과이익이 1억원 이하인 경우까지 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 예정 부담금이 1억원이 통보됐던 단지는 개선안 적용 이후 부담금이 30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전국 84개 단지 중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된다. 특히 지방에서만 21개 단지가 부담금이 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제는 아니지만 부담금이 소액인 1000만원 이하로 부과될 단지는 전국 30곳에서 62곳으로 늘어난다. 1억원 이상 고액이 부과되는 단지 수는 반대로 19곳에서 5곳으로 줄어든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 외곽지역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이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에서는 이번 개선안과 규제지역 해제 조치가 맞물려 조합원 지위 양도 등 거래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며 "면제금액 상향 조치로 지방과 수도권 외곽 등지에선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단지들이 나올 수 있을 전망이라 일부 재건축 단지에 대해 정비사업 속도의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1주택자·고령자 혜택 확대…다주택자는 제외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도 확대한다. 현재는 주택 보유 기간, 구입 목적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1주택자 실수요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금은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6년 이상 해당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부담금을 10% 감면하고 10년 이상 보유 시 최대 50%까지 감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만 60세 이상 1주택 고령자는 담보 제공 조건을 전제로 상속·증여·양도 등의 방법으로 해당 주택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게 개선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 납부유예 제도의 경우 당장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돼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향후 주택 처분 시 세금원금에 지연가산세를 더해서 내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장기 보유 중인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실수요자의 부담은 완화됐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부담이 여전하다"며 "또 부담금이 1억원을 넘어서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 밀집지에서는 부담금 완화 수위에 대한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초과이익 산정 시점,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춰

초과이익 산정 시점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 기준 집값과 준공 시점의 집값 차액을 계산해 초과이익을 산정했으나 이 기준을 추진위 구성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기로 했다. 조합설립 인가는 추진위 구성 승인 다음 단계다. 이렇게 되면 초과이익 산정 금액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집값 상승기까지 조합 설립을 미루고 추진위 구성 단계에 머무르는 사업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 재건축 사업 활성화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기여 인센티브 확대… 공공주택 공급 ‘청신호’

재건축 사업지에서 공공임대, 역세권 첫집 등 공공분양을 할 경우 주택 매각대금을 초과이익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이 비용도 초과이익에 산입해 부담금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용적률 상향 혜택이 제공됨에도 부담금 증가로 인해 공공주택 공급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공공기여 인센티브 적용으로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을 매각한 대금은 부담금 산정 시 초과이익에서 제외된다. 이로써 공공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도 공공기여 인센티브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함 랩장은 "청년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집 주택 공급 목표는 공공택지 외 서울 등 도심에 50만가구를 확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공공기여 인센티브가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 "규제 완화에도 집값 불안 요소는 제한적일 것"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로 인해 안정세를 띠고 있는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재초환 개선안이 규제 완화책이긴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함 랩장은 "재건축부담금 완화 수혜지역이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에 몰린데다 대구와 부산 등지는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4만~5만가구 수준으로 비교적 풍부한 편이기 때문에 집값 재불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높고 금리 인상과 구매 심리 위축 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선안이 집값 불안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거나 투기적 가수요 유입에 영향을 미치기는 당분간 제한적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임 팀장 역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겠지만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이 여전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사업 추진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그렇기 때문에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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