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인기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상대로 잇달아 환불 소송에 나서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소송 이유도 게임사가 다른 국가 이용자들과 차별했다는 것부터 사회관계망(SNS)의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비 등을 지급했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법정 다툼시 게이머들의 승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용자 집단은 ‘승소’보다는 정치권의 ‘관심’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 ‘우마무스메’ 이용자들, 카카오게임즈 상대로 집단 소송 제기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집단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우마무스메’ 이용자 소송을 담당하는 신재연 LBK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장 접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마무스메’ 게임의 미숙한 운영, 게임 운영자들이 입은 재산 상 손해, 그리고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데서 오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이라며 "이용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봐왔던 게임 업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송으로, 게임 이용자들이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제도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인원은 총 201명으로, 1인당 청구 금액은 20만원이다. 소송 대리인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소송희망 인원은 7000여명이며 향후 손해배상 청구액을 정확히 산정해 금액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총 피해액은 80억~9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가 주요 이벤트 종료 직전 서버 점검을 시작하는 등 일본 서버보다 운영이 미숙했고 아이템과 게임 머니도 부족하게 지급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 측은 조계현 대표가 직접 논란에 사과하며 개선 방안을 밝히고,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 봉합을 위해 힘써왔으나, 환불 문제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소송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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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운영진들이 지난 17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게임즈 사옥에서 열린 이용자간담회에서 운영 미숙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 ‘리니지2M’ 유저 연합도 엔씨소프트 상대로 민사소송 예고
‘리니지2M’ 이용자들도 엔씨소프트(엔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당초 리니지2M은 유튜버 프로모션을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유튜버 및 BJ들이 엔씨로부터 광고비를 지급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소송을 예고한 리니지2M의 한 이용자는 지난 19일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성명서를 사측에 전달했다. 그는 자신의 개인방송을 통해 "리니지는 유저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다른 세력과 전투하는 경쟁 게임"이라며 "경쟁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정인데, 엔씨는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공정해야할 이 경쟁에 직접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저 일동은 게임 내 직접 개입의 퇴출을 요구하는 바이며, 이와는 별도로 ‘리니지2M’ 혈맹 태연합 소속 396명은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엔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주도하는 이용자 집단은 ‘우마무스메’ 이용자 집단과도 협업을 이어간다. 소송은 개별적으로 진행하되,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입법이나 언론 대응 등을 함께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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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M’을 총괄하고 있는 백승욱 엔씨소프트 본부장(가운데)이 지난달 5일 특별 방송을 통해 ‘리니지2M’ 뒷광고 논란에 대해 하고 있다. |
◇ 법조계 "승소 가능성 낮다"…이용자 측 "입법 ‘원해요’"
인기 게임의 운영을 둘러싸고 유저들의 집단 소송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승소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게임사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어떤 것인지 소명하기 어려운 데다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출하기 어려워 환불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다.
소송을 준비하는 이용자 측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승소보다는 게임사에 경각심을 주는 한편, 정치권에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우마무스메’ 소송의 이용자 측 대변인 이철우 변호사는 "현행법상 승소가 어렵다는 부분을 잘 안다"면서 "국회에 계류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이용자 보호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전자상거래상의 표시광고법 상 게임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하는 것도 소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엔씨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리니지2M’ 태연합 혈맹 소속 이용자는 "소송의 궁극적인 목적은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이번 사태를 통해 입법 활동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라며 "국회에서 게임 이슈가 외면 받고 있는 만큼 게임 이용자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라고 설명했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