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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65층으로 더 높게 지어주면 좋죠. 집이 오래돼서 여기저기 자꾸 고장 나서 사는 데 너무 불편하니까 서둘러 재건축을 했으면 좋겠어요." (70대 주민 김 모씨)
"50년이 넘은 아파트니까 이제는 재건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신통기획으로 가면서 공공이 개입하기로 한 만큼 60층이니 65층이니 하는 문제보다 신속한 사업 진행,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등의 문제를 서울시가 제대로 신경써줬으면 좋겠어요."(50대 주민 이 모씨)
서울 여의도의 대표적인 노후 단지인 시범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 내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범아파트가 초고층 아파트로 거듭나면 오세훈 서울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중심이자 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시범아파트는 지상 12층, 24개동, 총 1584가구 규모 대단지이자 1971년 준공돼 50살이 넘은,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21일 방문한 시범아파트는 외벽 곳곳이 뜯어지고 색이 누렇게 변색되는 등 겉으로 봐도 연식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70대 주민 김 모씨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데 누수 때문에 수리를 벌써 네 번이나 했다"며 "재건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노후도가 계속 심해지고 있고 전체 배관, 수도관이 오래되고 녹슬었기 때문에 각 가구에서 손을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시범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전됐다.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실 기기가 노후화돼 고장이 잦자 기기 교체공사를 실시해서다.
또 다른 주민 이 모씨는 "엘리베이터가 또 멈춰서 계단으로 내려왔다"며 "노년층이 많이 사시는데 집 안에 환자가 있는 분들은 생명유지장치 등을 사용해야 해서 정전될 때마다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시범아파트는 말 그대로 아파트가 거의 없던 시절 ‘시범으로 선보인 아파트’다. 정부가 여의도 일대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직접 아파트를 지었고 그 첫 주자가 시범아파트였다.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가 차례로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의 여의도가 완성됐다. 시범아파트는 ‘최초’라는 상징성을 기반으로 한동안 우리나라 아파트의 표준으로도 유명했다.
이 시범아파트를 서울시가 최고 65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이 신통기획에 올라타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말 신통기획 적용 단지로 선정된 바 있다.
서울시는 이달 초 시범아파트 소유주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통기획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공개했다.
지난 5월 공개된 기존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최고 60층 규모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층수를 5개층 더 높인다는 것. 수정안에서는 ‘200m 고도 제한 내에서 최고 65층’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용적률과 순부담률 등 주요 재건축 규제도 완화된다. 용적률은 399%로 오르고 순부담률은 20%로 축소된다. 지난해 주민들이 제안한 용적률 372%, 순부담률 25%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범아파트의 초고층화 작업이 오세훈표 재건축 사업인 신통기획의 큰 축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 65층 규모로 재건축이 될 경우 여의도 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은 아파트가 될 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손에 꼽히는 초고층 아파트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범아파트 재건축을 시작으로 한강변 초고층 스카이라인 조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여의도 일대에는 63빌딩, Parc1,IFC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어 시범아파트와 연결한 초고층 스카이라인 조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오 시장이 재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의 중심에 시범아파트를 비롯한 여의도 일대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시범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여의도 일대 다른 단지들의 재건축 역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매수 문의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범아파트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세가 늘어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직까진 문의가 없다"며 "시장 상황이 안 좋고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아직 집값이 체감상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며 "2~3년 전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손님들은 많은데 매도자들이 그 가격엔 절대 내놓지 않으니 거래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올 것 같아서 오늘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했다"며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면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