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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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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훈풍에 글로벌 우라늄 가격 고공행진...ETF시장도 들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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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원전(사진=EPA/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자 원자력 발전의 연료인 우라늄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줄이자 세계 각국이 원전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눈길을 돌린 영향이다. 여기에 원전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필수격인 요인으로 꼽히는 것도 우라늄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15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우라늄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51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당 51달러대를 보인 것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우라늄 가격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원전이 탈(脫)석탄과 전기화에 핵심 요인이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우라늄 가격은 2021년 1월 파운드당 30달러에서 작년말 44달러대까지 45% 가량 치솟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4일 당시 카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0) 목표에 도달하려면 원전이 필수적이다"며 "우리는 결국 원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두에게 설득하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왔던 프랑스도 작년 10월 원전 산업에 대폭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당시 시세가 44달러대였던 우라늄이 4월에 65달러까지 폭등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2011년 3월 이전에 해당되는 시세다. 이후 우라늄 가격이 여름에 걸쳐 46달러선까지 떨어지는 등 시세가 안정되는 듯 했으나 이달 초 최대 53달러까지 또 다시 급등했다. 최근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아예 막아버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15일 "글로벌 전력난과 에너지 가격 급등은 실행가능한 대체에너지 차원으로 원전에 대한 매력도를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FT도 "에너지난이 심화되면서 유틸리티 업체들이 우라늄 공급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가격은 최근 몇 주 동안 상승세를 이어왔다"며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에너지 다각화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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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가격 추이(단위 : 파운드당 달러)(자료: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24일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한데 이어 운전 중단 상태인 원전의 재가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원전 가동을 지지하는 비중이 60%까지 급등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런 지지율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 가동을 5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이달초 통과시켰고 벨기에도 2025년 중단 예정인 원전 2기의 가동을 2036까지 연장하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전력공사(EF)가 올 겨울까지 모든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원전을 예비전력원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향후 15년 동안 4400억 달러를 들여 원자로 150기를 건설한다. 아울러 FT는 "한국의 원전 정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유턴됐다"고 짚었다.

원전 업계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세계 최대 우라늄 채굴업체 중 하나인 카메코의 그랜트 이삭 수석부회장은 "(우라늄) 계약 구모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최대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며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말뿐이 아닌, 입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라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최근 시세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강달러 현상으로 주춤거리고 있다면서도 4분기말과 12개월 전망치를 각각 파운드당 54달러, 59달러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라늄 가격이 내년에 파운드당 7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맥쿼리 은행은 회계연도 2024년 가격 전망치를 55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그 다음해는 60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BNY멜론의 자회사인 뉴턴 인베스트먼트의 수잔느 헛친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원전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에너지 공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선택지"라며 "원전 테마주들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 가능한 우라늄 관련주들은 미 뉴욕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다. 대표적인 ETF는 ‘글로벌 X 우라늄 ETF’(티커명 URA)가 있는데 이는 우라늄 채굴 업체를 주로 담고 있다. URA는 우라늄 가격이 안정됐던 지난 7월에 저점을 찍고 지금까지 30% 가까이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URA에 70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이달에는 유입량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우라늄 관련주인 ‘스프로트 우라늄 마이너 ETF’(티커명 URNM)은 같은 기간 가격이 무려 40% 넘게 폭등했다. 이 ETF는 우라늄 채굴업체는 물론 우라늄 현물까지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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