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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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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실패한 ‘소셜믹스’…이재명 정부는 성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9 15:10

도심 공공임대 재건축 + 소셜믹스, LH 직시행

서울식 ‘분리’ 논란과 달리 ‘혼합 공급’ 지향

전문가 “실행력·재정·수용성이 성패 가를 것”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발표한 9·7 공급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도심 공공임대 재건축을 활성화하되 같은 단지·동에 분양과 임대를 뒤섞어 살도록 해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소셜믹스'의 부활이다. 서울시가 이미 도입했다가 부작용을 이유로 층별로 분리하도록 하는 등 후퇴한 정책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부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서민 주거 환경 개선 차원에서 시험적으로 실시되던 소셜믹스를 공공임대주택 재개발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해 활성화시기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9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도심 공공임대 재건축을 통한 소셜믹스 단지 공급 방침을 밝혔다.


이 차관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공급 대책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대표적으로 수서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강남권에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서·상계 등 서울 곳곳에 산재한 공공임대단지를 재건축하면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들 주택은 일반분양과 임대를 혼합하는 소셜믹스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보다 앞선 '9·7 공급대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택지 37만2000호를 포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자로 나서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9·7 부동산공급 대책에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재개발을 통해 소셜믹스를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성패 여부가 주목된다. 소셜믹스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서울시가 민간아파트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공공기여를 활용해 임대 주택을 끼워넣도록 하는 소셜믹스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임대·분양 세대를 층별로 분리하도록 하는 바람에 사회통합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민간아파트들이라 소유주들이 재산권 침해·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가 하면 입주 후에도 분양-임대 입주자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회통합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임대 재개발을 통해 소셜믹스를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소셜믹스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민간 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하면 사업성이 악화되고 재건축 지연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LH가 이미 150조 원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만큼 어느 수준의 재정 투입이 가능한지가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실행력을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이번 대책은 공공임대 용적률 상향, 폐교 부지 활용, 공실 아파트 재활용 등에서 과거와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며 “도심의 노후 임대단지를 재건축해 분양과 임대를 혼합하는 방식은 시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제는 실행력"이라며 “취지는 타당하지만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수용성과 주거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소셜믹스는 본래 사회통합을 위한 개념이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임대 거부 정서나 출입구 분리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도심 공급 확대라는 취지는 의미 있지만 LH가 과연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진, 최저가 입찰 관행 등 구조적 제약이 큰 만큼, 결국 실제 착공 물량이 나오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135만호 공급' 계획이 사회통합과 도심 주거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LH 부채와 민간 참여 위축, 사업성 악화라는 현실의 벽이 여전해 단기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공급 물량이 계획대로 나올지는 내년 착공 이후에야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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