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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천연가스 생산 현장. |
집단에너지의 주요 열원은 천연가스이다. 이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수급 난을 겪는 데 따른 것이다. 그 여파가 당장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천연가스 도입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난방 성수기가 찾아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료비 급등세가 가파르다.
국제거래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더라도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제 때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국내 집단에너지업체들의 최근 경영실적이 악화일로에 있다. 제 때 필요한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가장 많은 난방에너지를 공급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가 지난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공사 스스로도 지난달 말 올 한 해 전체 영업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3433억원 기록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기획재정부에 냈다. 올해 초 80억원 상당의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보일 것이란 당초 전망치를 크게 빗나간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현물가격으로 직도입하는 민간 집단에너지사들 하반기에는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12일 집단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계획한 물량을 들여오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며 "이익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스 현물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난방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다가올 연말 수급과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격이 급등하는데 난방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이 다가오니 지역난방공사나 민간 사업자들은 수급 불안이나 비용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봉 교수는 "유럽의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 유럽이 천연가스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해도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 수요가 높아지면서 중동이나 호주 가스까지 들여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난방 수요가 높아져 중동이나 호주 등에서 높은 가격에 천연가스를 구매할 경우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수급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유럽보다 높은 비용을 주고 천연가스를 들여와야 하고 반대로 수급 경쟁에서 밀릴 경우에도 연료가 부족하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를 통해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겨울이 시작되고 수요가 증가하면 유럽 각국에서도 러시아산 가스 대체하기 위해 물량 확보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 가스 가격이 추가로 상승한다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LNG 가격은 1t당 1034.74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498.09달러보다 107.74% 올랐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현재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천연가스를 구매할 때 드는 요금 단가는 9월 현재 1N㎥(노멀압방미터)당 1486.85원이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620.07원보다 139.78% 오른 가격이다.
두배 이상 오르는 LNG 가격에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도매가격은 커지지만 에너지를 판매하는 열요금을 올리는 데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장 많은 집단에너지를 공급하는 한난은 급등하는 연료비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오른 반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적자를 냈다.
한난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926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7.6%(7042억원) 올랐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220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4.0%(3234억원) 떨어졌다.
한난 측은 "유가급등 등 재료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도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난의 경우 가스공사를 통해 물량을 들여오지만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경우 LNG를 직도입하면서 연료비 절감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현물가격으로 연료를 들여오는 스팟물량이 늘어나면서 직도입 마진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체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계획한 물량을 들여오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재고가 없기 때문에 현물 가격으로 들여오는 만큼 직도입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며 "많은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이익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매 가격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열 요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봉 교수는 "고통스러운 방법이겠지만 판매 요금에 원가를 반영하고 가격을 정상화 해야 한다"며 "에너지대란인 만큼 비상상황이니 가격 변수를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가격을 정상화해 수요를 조정하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