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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앞둔 아프리카 석탄물량. EPA/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러시아발 천연가스 대란과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난으로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다시 석탄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세계 석탄 수요마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9년 전 수준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 지원 확대로 이어져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다.
석탄 수요 증가에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석탄 수입국의 수입 비용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탄 소비는 작년보다 0.7% 증가한 80억70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과 같은 수준이다.
석탄 소비 증가율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한 지난해 6%보다 낮다. 하지만 에너지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의 후퇴를 뜻한다.
IEA는 "올해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세계 석탄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며 "많은 국가가 가스에서 석탄으로의 전환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올해 석탄 소비는 4억7600만t으로 작년보다 7% 늘어날 전망이다. 여러 EU 국가가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기존 석탄발전소의 가동 시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석탄 수요가 일부 도시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로 작년 동기보다 3% 줄었다.
그러나 하반기 석탄 소비가 늘어나며 연간으로 42억300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53%를 차지한다.
IEA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과 중국의 경제 성장세 등이 주요 변수가 되겠지만 내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이 80억320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했다.
석탄 수요가 늘어난 큰 이유에는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 중국 등 주요국의 폭염·가뭄으로 인한 전력난 등이 꼽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공급을 축소했고 지난 2일 공급 재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가스 대란을 겪는 EU의 석탄 의존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석탄·갈탄협회의 브라이언 리케츠 사무국장은 최근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에 "많은 유럽 국가가 이번 겨울에 더 많은 석탄을 땔 계획"이라며 EU의 전력 생산에서 석탄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말까지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탄 수요가 늘어나자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지난 8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EU가 호주와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하면서 석탄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럽 석탄가격 지표 가운데 하나인 10월물 선물가격은 지난 2일 368.35달러로 한 달 사이 9% 정도 올랐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4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시아 석탄가격 지표인 호주 뉴캐슬 발전용 연료탄 현물가격은 2일 1t당 439.67달러로 연초 대비 118% 급등했다. 지난달 26일에는 443.5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252억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수지 적자 247억 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이 가운데 석탄 수입액은 198억 달러로 156% 불어났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