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기령

giryeong@ekn.kr

김기령기자 기사모음




"전세사기 피해방지 대책 실효성 의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04 12:47

방안 대부분이 강제성 없고 권고에 그쳐

임차인이 사기 매물 여부 확인 어려워

계약 당사자간 정보 비대칭성 해소는 효과

2022090401000143500005721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전세계약 이전에 임차인이 전세사기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해 피해를 줄이겠다는 건데 시장에서 효과를 발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임차인 재산 보호와 주거안정 지원이 목표다. 임차인의 대항력 강화, 정보의 비대칭성 완화, 사기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이 주요 골자다.

우선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임대차 시장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번 발표를 통해 임대차 시장을 환기시켰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불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현재는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적정한 전세가나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사기 위험이 높다. 특히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집을 처음 구할 때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전세 사기 피해를 많이 입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이 직접 이상거래매물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기로 했다.

입주희망 주택의 적정 전세가와 매매가 수준에 대한 정보와 악성임대인 명단, 임대보증 가입 여부 등의 정보가 제공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일 브리핑에서 "전세사기의 가장 큰 원인은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정보 비대칭 때문"이라며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가리고 있는 암막 커튼을 확실히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련 법이 개정돼야 가능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해당 앱이 구축되려면 ‘주택도시기금법’과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의 협조가 필요할지 미지수다. 국토부는 올해 가능하면 법 작업을 해서 내년에는 법이 개정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빌라 등의 전세가율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기존 시·도 단위에서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전세가율을 전국은 시·군·구 단위로,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확대해 공개한다.

함 랩장은 "전세가율 등 정보 공개 부분도 기대가 된다"면서도 "다만 공개 범위가 시·군·구 범위에 그치는 등 더 디테일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대부분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이로인해 계약 직후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할 수 없게 하는 특약을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담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현행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은 계약 당일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후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 기간 동안 집주인이 주택을 매도하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 받기 어려운 실정이었는데 정부가 이를 특약으로 명시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계약 전에 임차인이 요청하면 집주인이 체납 사실 또는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의무적으로 알려주도록 했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의무에 그칠 뿐 집주인이 정보 제공을 거절해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계약 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나온 대책들은 대부분 단순히 머릿속에서 쉽게 도출할 수 있는 대책 수준에 그쳤다"며 "예산이 수반되거나 여러 기관들과 공조해서 디테일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들은 빠져 있고 두루뭉술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강제성 없이 의무사항 정도로만 발표하면 임차인 입장에서 사기꾼들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에서 심사기능을 강화하면 사기 피해를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임차인이 정보 제공을 요청했는데 집주인이 거절할 경우 ‘이상거래’라고 판단하고 계약을 파기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도 평가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집주인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의의는 있다"며 "형사법적으로는 전세사기에 있어서 사기의 고의를 입증하기가 까다로운데 정보제공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경우 고의를 입증하기가 쉬워져 사기범죄 처벌이 용이해진다"고 설명했다. giryeong@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