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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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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의 그늘…2030영끌족 ‘눈물의 패닉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04 09:57

2030세대, 올해 ‘생애 첫 매수’ 역대 최저…전년比 40.6% 감소



거래절벽 실감…인천 지역 매매 매물건수 지난해 대비 2.5배 폭증



‘인천의 강남’ 송도 수억원씩 뚝뚝 떨어져…"경기·인천 30~40% 추가 조정받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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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논현동 일대 에코메트로한화꿈에그린 아파트 인근 산책로에서 바라본 오션뷰 전경(맞은편 월곶 일대).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자기 혼자만 집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지난해 8월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6억원 아파트를 급하게 구입했던 30대 초반 K씨. 그는 추후 장사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5억5000만원에 집을 내놨지만, 시간이 지나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식’ 급매로 5억1000만원에 간신히 아파트를 팔 수 있었다.

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씨 사연처럼 지난해 ‘영끌’로 집을 구입했던 2030세대 ‘패닉바잉’ 현상이 최근 ‘패닉셀’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집값 고점인식 및 사상 첫 기준금리 네 차례 연속 인상 여파로 인한 바닥 모르는 하락이 크게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인천 지역의 경우 아파트값이 썰물 빠지듯 빠지면서 고점 대비 반토막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K씨가 내놓은 인천 남동구 논현동 ‘에코메트로11단지한화꿈에그린’은 총 12단지로 이뤄진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타운으로 불린다. 서해바다 조망권(오션뷰)과 산책로, 호수공원 등 숲세권인 동시에 초·중교 및 외고까지 근처에 있어 학세권 입지로도 정평이 난 단지다.

에코메트로 단지 일대 공인중개소 대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해 매달 평균 5~6건 이상은 거래가 됐으나, 최근에는 두 달에 1건 계약하기도 힘든 거래절벽을 실감 중이다.

앞서 K씨는 지난해 8월 추후 신혼집으로 활용하고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급하게 본인 자산 및 대출(3억원+α), 부모님 도움까지 합쳐 ‘영끌’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했다.

한때 주식 및 가상자산 시장 투자를 생업으로 했었던 K씨는 물려받은 집이 아님에도 젊은 나이와 수익이 불안전하다는 이유로 증여세 5000만원까지 감내해야 했지만 당시에는 ‘내집마련’에 대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다만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밑천을 마련하고 싶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되팔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거래가 되지 않고, 또 이대로 가다간 계속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 우려돼 -25% 손해를 감안하고 ‘눈물의 패닉셀’을 결정했다.

사실상 증여세까지 포함하면 K씨는 1억4000만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 조차도 완전한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본래 2030세대는 90% 이상이 무주택 구성원이었다. 그런 2030세대가 어떻게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주축이 될 수 있었을까.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2030세대가 주택을 마련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임대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와 부모님의 현금 증여 등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천준호의원실이 조사한 ‘서울지역 주택 매수자 중 임대보증금 활용 매수’ 비중을 보더라도 20대가 71%, 30대가 49%를 차지했다"며 "정부가 집값이 고점이라고 경고했었지만 2030은 ‘나만 집이 없나’란 불안감에 임대보증을 끼고서라도 다소 조급하게 매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2030세대는 이같은 패닉셀 현상을 실감하며 생애 첫 부동산 매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생애 첫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매수자 수를 집계한 결과, 올해 1∼7월 전국 부동산 생애 첫 매수자는 26만7066명으로 지난해(42만8789명) 대비 37.7% 줄었다. 그중 인천은 1만8251명으로 평균을 웃도는 -36.6%로 집계됐다.

특히 2030세대 매수자는 13만3702명으로 나타나 전년 22만5141명 대비 40.6% 감소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역대 가장 낮은 매수자 수 기록이다.한편 인천 지역의 거래절벽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8월 29일까지 인천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1.77% 하락했다. 전국 평균(-0.81%)을 넘어선 것은 물론 세종(-6.33%), 대구(-4.79%), 대전(-2.32%)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하락률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16%가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이 가운데 논현동 소래포구 일대보다 더 매력적인 바다조망권을 보유한 ‘인천의 강남’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는 수억원씩 집값이 떨어지는 중이다.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9월 12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에는 3억2000만원 떨어진 8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집값이 지속 떨어지는 가운데 매물이 쌓이는 것도 문제다. 이를 반증하듯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절정에 달했던 9월보다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1일 기준 인천 매매 매물건수는 2만6614건으로 작년 9월 1만562건보다 2.5배(151.9%) 넘게 폭증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1~2년 안에 서울은 20~30%, 경기도와 인천은 30~40%까지 조정받을 것이다"며 "만약 미국의 물가가 잡히지 않아 기준금리가 3.5%까지 올라가면 40%까지 조정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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