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세대 교체를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해외 유학경험으로 다진 글로벌 감각과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 등을 이해하는 폭이 넓은 젊은 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책임 경영’ 의지를 다지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3·4세 경영인들이 최근 들어 요직으로 승진하거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먼저 한화그룹 3세 경영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고 9개 계열사 대표에 대한 내정·승진 인사를 내며 ‘김동관 체제’를 단단하게 다졌다. 그는 기존 한화솔루션에 더불어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핵심 계열사 3곳의 대표도 겸직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앞서 3개 회사로 분리돼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으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이에 더해 39세 ‘젊은 부회장’이 선임되며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우주·항공·방산, 에너지·소재, 금융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SK네트웍스도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올해 초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책임 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최 사업총괄은 렌탈, 렌터카, 블록체인 등 사업 영역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세대 교체 속도도 빠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며 그룹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대표를 맡으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그는 조선 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인력난 해결 방안도 직접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CJ그룹은 지난해 임원을 단 이선호 경영리더를 중심으로 새 판을 짜고 있다.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초고속 승진한 이 경영리더는 글로벌 시장 내 그룹 성장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대체육, 바이오, 벤쳐캐피탈 설립 등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이 계열사 대표를 맡으며 ‘4세 경영 시대’ 포문을 열었다. 이 부사장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코오롱글로벌을 인적 분할해 만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에 선임됐다.
이밖에 금호석유화학그룹에서는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부사장이 지난달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는 임원으로 승진하며 3세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신유열 일본 롯데케미칼 상무 역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정을 상당 수준 공유하며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SPC그룹, 농심 등 식품 업계에서도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다.
재계에서는 최근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주요 그룹에서 젊은 총수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회장 주도 아래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신사업 추진 역량은 3·4세 경영인이 뛰어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 대만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급등, 주요국 금리인상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 공포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악재가 쌓여 있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의미에서 비정기 승진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취업제한 족쇄를 풀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8·15 특사로 복권된 이후 주요 사업장을 연이어 찾으며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칩4 동맹’ 가입,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 둔화 우려 등 대외 변수가 많은 만큼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책임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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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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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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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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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