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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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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화 ‘기생충’ 그 동네 아현1구역 가보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31 14:51

아현뉴타운 마지막 정비사업 ‘아현699일대’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돼



주민들 공공재개발 대체로 찬성 여론 기울어…“사업속도 빨라지길”



대우건설·DL이앤씨 등 1군건설사들 하이엔드 브랜드 제안…주민들 기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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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재개발 후보지 마포구 아현1구역 일대 모습.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보세요. 집은 다 쓰러져 갈 듯 노후화됐고 위에 전깃줄은 여기저기 뒤엉켜 있어요. 여기서 20년 살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재개발이 돼서 살기 좋은 지역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공공재개발 사업지 아현1구역 50대 A씨)

31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1구역(아현동 699번지 일대) 주민 A씨는 하루라도 빨리 정비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내비쳤다. 그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가기도 버거운 좁은 계단 옆 내리막길 사이로 오토바이를 끌고 아슬아슬하게 내려가 출근길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나 사업성 부족으로 인해 아현1구역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 용도지역 1종·2종주거(7층)·2종·3종·준주거에 구역면적 10만5609㎡인 이 구역은 3115가구 규모(기존 2246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아현뉴타운 일대 마지막 정비사업 구역이 됐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촬영지 ‘돼지(쌀)슈퍼’가 자리한 이 구역은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6번 출구에서 5분만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초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 대표 낙후지역으로 높은 언덕과 단독주택, 다세대주택(빌라)이 밀집해 있어 정비사업이 시급했다.

돼지슈퍼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아현1구역 대표 명소 돼지슈퍼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기자가 찾은 이날 이 구역은 지난 30일부터 계속 비가 내린 탓에 골목길 분위기가 더욱 스산했다. 구역 내에 진입하면 곧바로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했고, 이어 높은 계단을 만나야만 했다. 계단 양옆에는 반지하주택이 있는 노후 빌라가 눈에 띄었다. 창문을 열면 곧바로 거주민의 사생활이 드러날 것만 같아 보였다.

계단을 오르고 조금만 걸어가면 ‘손기정체육공원’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전경에는 전형적인 재개발 달동네를 연상케 하는 다세대 주택단지들이 즐비한데, 서측에 보이는 ‘서서울삼성아파트’ 및 ‘마포센트럴아이파크아파트’와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로 주민들은 공공과 민간에 상관없이 정비만 빨리 이뤄지길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다목적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60대 주민 B씨는 "계단이 너무 많고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 귀갓길이 너무 힘들었는데 앞으로 이 동네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구역은 본래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구역 내 주민 간 갈등이 있어 1년 이상을 소모했다. 지난해 3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에서 보류지역으로 묶여 무산됐는데, 당시 국토부는 ‘주민들의 반대’ 이유를 들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소형 지분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추진을 원했지만, 대형 지분을 보유한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을 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어 민간 재개발 추진을 원한 것이다. 재개발이 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바람은 같으나 재개발 방식에서 ‘동상이몽’을 보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현1구역은 좁은 택지에 비해 조합원 수가 너무 많다"며 "게다가 민간으로 개발해도 평수가 많이 안 나올 텐데 공공으로 재개발하면 건폐율이 높아져 주거환경이 오히려 쾌적해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가 공청회나 주민을 설득하는 절차 없이 공공추진을 강행하고 있고, 주민들을 갈라치기 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30일 서울 및 수도권 27개 구역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공공재개발 반대 대규모 집회를 언급하며 이 지역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마포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 구역에 대한 개발방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긴 했지만,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에는 아직 반대 의견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형구 아현1구역 재개발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주민 찬성동의가 1850명에 이르러 과반이 확실히 넘었다"며 "마포구청에 따르면 이달 주민 반대동의서는 137장이고 이마저도 조합원이 아니거나 중복인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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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체육공원 부근 산책로에서 바라본 아현1구역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아현1구역 재개발 투쟁 위원회는 사업추진을 자신하고 있다. 위원회는 추석 이후 마포구청과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주민설명회 개최 후, 준비위원회 동의서 접수 및 구성까지 올해 내로 신속히 사전기획을 마칠 방침이다. 내년에는 구역지정 입안 동의서와 시행자 지정 동의서 67% 달성을 목표로 움직이고, 2024년엔 주민대표회 구성 및 시공사 선정까지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했다.

대우건설은 이미 인근 건물에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내세워 ‘공공재개발 성공기원’ 현수막까지 걸며 관심을 보였다. DL이앤씨 역시 ‘아크로’를 슬며시 제안하고 갔다는 것이 조합원 전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의 생명은 ‘시간’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 것이 주민들에게 유리하다"며 "주민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무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해줄 수 있는 용적률과 행정적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장점인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확실히 공공재개발이 적합하다"며 "공공재개발에서도 1군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선정될 수 있지만 공사면적이나 시공단가는 충족해줘야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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