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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정보. 사진=김준현 기자 |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물량은 올 1월 3만1644가구에서 이날 기준 3만4499가구로 9%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7.8%(2만1858가구)가 늘었다. 특히 2년 전과 비교하면 1만5828건에서 현재 2배가 넘는 11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으로만 보면 임대차법 시행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서울지역 최근 1개월(7월 29일) 전세매물을 보면 마포구(+20%), 광진구(+19.7%), 관악구(+16.6%), 구로구(+16.3%) 순으로 늘었다. 마포구만 보면 아현동이 한 달간 237건에서 350건으로 47.6%가 급증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전세시장이 시세보다 전셋값을 1억원에서 2억원까지 몸값을 낮춘 ‘급전세’ 위주로 계약하다 보니 집주인은 전세 만기가 임박해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마포구 일대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일부 확인됐다. 마포구 아현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올해 말부터 입주 예정인 1419가구 마포더클래시에서도 1억원 이상 낮춰 전세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B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확실히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며 "당분간은 세입자들이 월세나 반전세를 찾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마포 공덕동 일대 C 공인중개업소 대표 역시 "기준금리가 오른 효과도 있고, 앞으로도 1~2년간은 고가의 전세매물들은 거래되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갈 것이다"며 "최근에는 급매만 나오는 실정이다 보니 매수자든 세입자든 가격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에서도 시세보다 최소 1억원에서 2억원은 더 낮춰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엘스 등은 전용면적 84㎡ 전세 13억원~14억원짜리가 11억원∼12억원까지 낮춰 계약하는 사례가 속속 목격되고 있다.
이렇듯 전세매물이 쏟아지니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넷째 주 조사까지 3.03% 올랐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올해 같은 기간 0.57% 떨어졌다.
또한 전세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증가율이 1년 전 811건보다 30%나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804건이 발생해 전체 76%를 차지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계약 만료 시점에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세입자의 권리를 법원이 보장하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다음 전세가 들어 오질 않아 현재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니 집주인도 세입자도 어떻게하지를 못하는 실정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자대학교 교수)는 "역전세난은 금리상승 및 정부 공급확대 정책, 수요공급 불균형 등 복합적인 상황들이 겹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이런 조짐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일반 소비자들은 매매 실거래가격에 비해 과도한 전셋값이 책정되는 경우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추석이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최근 전세물건이 수요보다 많은 상황이다"며 "전세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고, 일부 지역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역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세가 빠르게 월세화되는 부분이 있어 전세물량이 많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급격히 오르다 보니 전세 거래가 안 되는 특정지역에선 국소적으로 입주물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kjh123@ekn.kr